한동안은 연말연시에 '연하장'을 주고 받았다.
지금도 관례적으로 하고 있다.
연하장 받으면 바로 뜯어 본다.
아무런 '사적내용'없이 그냥 본인이 서명날인한 카드다.
서명날인도 인쇄한 것이 대부분이다.
"높으신 분이 아직 나를 기억하시는 구나"외에 아무런 감동을 주지 않았다.
이런 것을 왜 하지?
그것도 인쇄해서 우편으로...
연하카드를 자기돈을 들여 사고 서명날인하고
우체국에 가서 부쳐야 한다면 진짜 할까?
이런 생각 즈음에 SNS발달로
연말연시가 되면 '안녕'인사가 폭격수준이다.
각종 SNS상에 도배를 한다.
처음에는 일일이 답신을 했다.
반가운 마음 반, 답을 꼭 해야하는 책임 반이었다.
융단폭격과 도배에 손을 들었다.
아무런 감동을 받지 못했다.
"이 분이 아직 나를 기억하시는 구나"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공짜니까 막 뿌리는 구나"
"공짜니까 막 퍼나르는 구나"
"오늘도 지워야 할 SNS가 엄청 늘었구나"란 생각이 우선 들뿐이다.
내가 보내는 연하장도 SNS도 받는 분이 그렇게 느낄것 같았다.
그렇다면 보내는 것은 의무방어전이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뜨문뜨문이라도 인사를 하고싶고 해야 하는 분들이 있다.
내가 대인관계에서 철썩같이 믿는 구석이 3개 있다.
1) "다른 사람이 내게 관심이 없는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2) "표현해야 한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알아주겠지는 바보들이나 하는 소리다 "
3) "그 사람이 나에 대해 그렇게 말한 것은 내게 대한 관심과 사랑때문이다. 좋은 의미를 찾는 것은 내몫이다"
한 십년전부터 연하장을 사연있는 카드로 바꾸었다.
매년 100장을 인쇄한다.
내가 멘토로 모시고 있는 분들의 '말씀'을 적은 카드이고
이면에 그분에 대한 감사함을 적는다.(첨부 참조)
그리고 융단 폭격이 있는 연말연시는 보내고 싶어도 참는다.
그분이 불현듯 생각 날때나 아니면
카톡에서 생일을 알려줄때 보낸다.
잊혀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나는 너를 기억하고 있어
나는 너의 고마움을 기억하고 있어
나는 니가 나에게 베푼 배려를 기억하고 있어
그래서 난 니가 있어서 잘 살고 있어"
'불현듯'이 중요하므로 주소를 모르면 카드에 써서
사진을 찍어 SNS로 보낸다.
난 느슨한 관계가 좋고 부담스럽지 않아 지속된다.
서로 소유를 전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자 박진영의 멋진 말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양질의 사회적 관계는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다.
인간의 행복과 건강 전반에 있어 가장 해로운 요소가
외로움과 소외감인 반면,
양질의 관계는 그 어떤 물질적 풍요 못지 않게,
또는 그보다 더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채워준다."
100회를 목표로 컬럼을 썼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믹스 커피한잔마시고 글을 썼다.
요즈음 읽는 문화가 보는 문화로 대체되고 있고
쏟아지는 정보속에서 몇 분이나 이 컬럼을 읽어보시겠다고
이짓을 하는 지 모르겠다고 자문하면서도 100회를 썼다.
고마운분들이 떠오른다.
지면? 화면을 허락해 주신 메디칼 타임즈패밀리분들
컬럼을 읽고 피드백 주신 직장동료와 옛직장동료분들
컬럼을 읽고 퍼날려 주셔서 내게 까지 파편이 날아오게한 같은 의료인분들
드라이한 이런 컬럼 100개를 모두 땀땀이 읽고 책을 내주실지 말지를 결정할 미래의창 주간님
컬럼쓸때는 조심조심한 와이프.
둘러보면 맨 감사할 일이다.
버릇처럼 이런 생각이 든다.
감사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안감사?
'당연시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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