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의관·공중보건의사를 파견하면서 의료취약지 진료 공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정부는 파견 기간을 늘리기 위해 공보의 운영지침까지 개정했는데, 정작 현장에선 이런 대책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이 차수별 공중보건의 파견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체 공보의 1206명 중 8.6%인 104명이 파견된 상황이다. 이들은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 보건소·보건지소에서 근무했던 만큼, 관련 현장에 진료 차질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는 지난 4월 공보의 파견 기간을 1회 연장에서 추가로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2024 공중보건의사제도 운영지침'을 개정하기도 했다. 기존 '공중보건의사제도 운영지침'에서는 파견근무 기간은 1회 3개월 이내로 하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했었다.
이를 '파견근무 기간은 1회 3개월 이내로 하되 파견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된 경우 추가로 연장할 수 있게 한 것. 다만, 전체 파견 기간은 6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
더욱이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에 따르면 이 같은 운영지침 개정은 사전에 어떠한 협의나 안내도 없이 이뤄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 남인순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운영지침 개정 사유에 대해 '파견 기간에 대한 기준 명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며 "지난 3월 공보의 최초 파견 이후 파견 기간 연장을 거듭해온 것을 보면, 연장 횟수를 1회로 제한하던 것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행정 편의적으로 개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또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차수별 공보의 파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초 파견 이후에도 추가 파견, 연장을 지속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3월 최초 파견 공보의가 현재까지 장기간 파견근무를 하는 사례는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이처럼 중증·응급 환자를 진료하는 대도시 의료기관에 공보의를 장기간 파견하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의 행태라는 게 남인순 의원실의 비판이다.
파견 공보의 대부분이 '대체인력으로 파견된 의료기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실태조사도 있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지난 5월 공보의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80.1%가 지역의료를 떠나 대도시로 파견되는 데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 '지역 의료공백 우려', '낮은 유효성에 대한 의구심', '공보의의 업무 과중화'등을 들었다.
특히 파견 경험자 212명 중 51.2%인 108명이 '대체인력으로 파견 기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로는 '단순 업무의 반복', '본인의 수준을 넘어선 술기 및 업무', '파견지 의료진과의 의사소통 어려움' 등을 꼽았다.
공보의 필요 인원 대비 편입 인원 비율도 지속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보의 필요 인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자체 등 배치기관의 수요를 취합해 병무청에 요청하는 인원을 말한다.
필요 인원 대비 편입 인원 비율은 2020년 89.4%에서 2021년 87.4%, 2022년 78.2%, 2023년 74.6%, 2024년 8월 53.0%로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8월 기준 필요 인원은 1338명이었는데 편입 인원은 709명에 불과해 629명이나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의과는 필요 인원 64명에 편입 인원 249명으로 393명 부족 ▲치과는 필요 인원 281명에 편입 인원 185명으로 96명 부족 ▲한의과는 필요 인원 415명에 편입 인원 275명으로 140명이 각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남인순 의원은 "파견 공보의의 과반수가 파견된 해당 의료기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공보의들은 보건의료취약지에서 필수의료공백 해소 등 일차의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대형병원 응급실에서의 역할은 충분한 사전교육과 면책, 관리·감독이 가능한 상급자가 있을 때 가능하다"며 "충분한 교육과 법적 보호가 미흡한 파견은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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