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생 휴학을 허용하면서 교수단체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에 앞서 병원 단체들이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위원을 추천하는 등 의료계 분열 우려가 나오면서 대한의사협회의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여·야·의·정 협의체,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구성을 두고 의료계에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가 의대생 휴학을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승인하도록 하면서다. 앞서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의대생 휴학 승인을 조건으로 협의체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를 이행하라는 정부 요구가 힘을 받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대한병원협회·상급종합병원협의회·대한중소병원협회 등 병원단체가 위원을 추천한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연내 출범을 예고한 상황이다.
정부는 아직 의사단체의 위원 추천이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 이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종국엔 의사단체 없이 병원단체에 의료계 대표성을 부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의료계에서 의사들이 직역별로 분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그 어느 쪽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교수·병원단체가 제각각 정부와의 대화를 시작하게 될 수 있다는 것.
의료계 A관계자는 "개원의와 교수들의 생각이 항상 같을 수 없고 병원단체와의 입장차는 더욱 크다. 만약 이대로 협의체·추계위가 가동하고, 여기서 교수·병원단체 각자가 의료계 대표성을 가지게 된다면 혼란이 커질 것"이라며 "전공의·의대생이 이중 어느 쪽에도 동조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 단체가 상반된 목소리를 낸다면 자중지란이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리더십 부재로 의사 직역의 분열을 야기했다는 이유에서다. 현 집행부가 임기 초기부터 이들 단체에 리더십을 발휘해 의협을 단일 창구로 했다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의학회·KAMC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발표 당시 규탄 성명을 냈던 미래의료포럼은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대 교수들의 여론을 살펴본 결과 협의체 참여가 의학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이며, 동의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다수였다는 것. 이들을 다시 규합해 내부 결속을 다져야 할 때라는 설명이다.
전공의·의대생 문제도 연장선상으로 봤다. 이들이 의협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집행부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더욱이 그동안의 의협 회장의 행보로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기성 의사들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여 조치가 시급하다는 우려다.
또 미래의료포럼은 의협 리더십 회복을 위한 방법으로 ▲단위 병원·교수 단체와의 협의체 구성을 통한 의협으로의 전원 위임 ▲의료정책연구원 전공의 고용을 통한 정책 논문 발표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미래의료포럼 김도연 부대변인은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의료계가 분열되다시피 한 것이고 이 분열의 가장 큰 원인은 의협의 리더십 부재다"라며 "그동안 의협 회장은 국회의원과의 면담 등 본인 보신만을 위한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 의협의 중심적인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부 결속을 다져야만 단일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의협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니 정부도 제대로 된 소통 창구를 찾지 못하고 이 단체, 저 단체와 협의하려는 것이다. 의협의 리더십을 다시 세워 교수 직역을 끌어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도의사회는 의협과 전공의의 협력관계 구축이 리더십 회복 조건이라고 봤다. 만약 전공의가 의협과 함께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의사 직역들도 여기 동참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 김택우 회장은 "전공의와 의대생과 같이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라며 "젊은 의사와 학생들은 물론 교수 등 직역과 세대를 아우르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황규석 회장 역시 "선배 의사로서 전공의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는 리더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배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아직까진 의료계 분열을 우려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것이 의협의 리더십 부재 때문이라는 것엔 동의했다. 또 대의원회 역시 의협의 리더십 회복 조건으로 전공의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교수단체의 협의체 참여와 관련해선 대통령실이 여기서 나온 결론을 그대로 수긍하겠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현 상황에선 참여하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은 "전공의들에게 맡아야 할 것을 맡기는 것에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역할을 분담해야지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리더십이 아니다"라며 "이를 위해선 여유를 가지고 먼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 상황은 분열보단 시각 차이로 봐야 한다. 교수단체도 제자를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노력하려는 의미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다만 여당도 대통령실의 홀대를 받는 상황에서 야당과 의료계가 함께 의견을 낸다고 해서 받아들여질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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