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형 당뇨병 및 비만약으로 사용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P-1 RA)에서 제기된 폐 흡인 위험성 논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보건 당국은 선제 조치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실제 인과관계를 증명할 순 없지만 적은 위험성에도 환자 안전을 위해 라벨링에 주의 사항을 반영하는 등의 조치를 하겠다는 것.
현지시간 5일 FDA는 GLP-1 RA 라벨 업데이트를 통해 전신 마취 또는 심부 진정 시 폐흡인에 대한 경고를 추가했다.
해당 약물은 세마글루타이드(상품명 오젬픽, 라이벨수스, 웨고비),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빅토자), GIP/GLP-1 이중작용제 터제파타이드(마문자로, 젭바운드)다.
'경고 및 예방 조치'에 따라 FDA는 환자가 GLP-1 RA를 복용하는 경우 계획된 수술이나 시술 전에 의료 서비스 제공자에게 알리도록 권고했다.
이어 의료진의 경우 GLP-1 RA를 복용하는 환자에 전신 마취 또는 심부 진정을 상담할 경우 "위가 더 느리게 비워져 계획된 수술이나 시술 중에 마취 또는 깊은 진정과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음을 환자에게 알려야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GLP-1 RA의 폐 흡인 및 이로 인한 폐렴 가능성에 대해선 학계에서 의견이 대립 중이지만 보건 당국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이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폐 흡인 우려에 불을 붙인 것은 미국마취과협회. GLP-1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메스꺼움이나 구토, 위염 등이 수술 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술 대기 환자들에게 일정 기간 사용 중단이 필요하다는 지침을 발표하면서부터 논란이 이어졌다.
반면 미국소화기학회·미국간학회·미국소화기협회 등 5개 학회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이를 반박한 바 있다.
FDA의 지침은 유럽에서의 최근 결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유럽의약품청 약물위험평가위원회(EMA PRAC)는 GLP-1 투약 시 전신 마취 또는 깊은 진정 중 흡인 및 폐렴 흡인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새로운 권장 사항을 마련하고 이를 공개한 바 있다.
PRAC는 "폐렴 흡인은 음식이나 액체를 식도를 통해 삼키는 대신 기도로 잘못 흡입해 발생할 수 있고 위 내용물이 다시 목구멍으로 들어갈 때도 발생한다"며 "폐렴 흡인은 위험 요인에 따라 마취 과정 900건 중 한건 혹은 1만 건 중 한건의 비율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PRAC는 "위원회는 GLP-1 유사체와 흡인 사이에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없었으나, 위 배출 지연이라는 알려진 작용과 임상시험 사례 및 시판 후 사례의 존재로 인해 의료 전문가와 환자에게 위 배출 지연의 잠재적 결과에 대해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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