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욱 위원장을 필두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가운데 향후 의료계 방향성이 대화인지 아니면 투쟁을 선택할지 각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료계 내부 입장이 둘로 갈린 상황인 만큼, 다음 주 초까지 의견 합치를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13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선거에서 박형욱 후보가 52.79%로 과반 표를 얻어 1차 투표서 당선됐다.
그는 당선 소감을 통해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은 위원장의 독단이다. 앞으로 구성될 비대위 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비대위의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현재 의료 농단 사태는 급격히 해결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정부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 파탄이라는 시한폭탄을 장착해 놓았다.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가 먼저 멈춰야 한다. 전공의들이 돌아갈 수 있게 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의욕 박탈에 고통을 겪을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비대위 구성 및 운영안과 관련해선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와 조율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위원 구성이 너무 많아지면 회의가 형식적일 수 있는 만큼, 다소 간결하게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화와 투쟁으로 갈린 의료계 내부 입장 차가 어떻게 좁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온건파는 비대위 전면 투쟁 시 이미 손상된 의협의 신뢰도에 치명타가 가해질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의정 갈등이 더 극으로 치닫는다면 아예 대화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으로 당장 내년 의사가 배출되지 않는 문제가 현실화한 만큼,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이렇게 국민을 위하는 태도로 의협에 대한 여론이 환기된다면 대통령실·정부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의와 관련 한 의사단체 임원은 "무조건 대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투쟁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의협의 신뢰도가 심각하게 손상된 만큼, 탄핵 이후 무언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민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라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당장 내년부터 의사 배출이 끊기게 됐다. 국민 생명을 위해서라도 이후 여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더욱이 대통령 지지율이 20% 밑으로 떨어지는 등 국민 여론을 의료계 쪽으로 돌릴 기회가 생겼다고 본다. 그런데 의협이 치고받는 것은 공멸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강경파는 투쟁 없는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에 대한 대통령실·정부 입장이 완고한 만큼,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은 괜한 빌미만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오히려 대통령실 입장에서 떨어진 지지율 만회를 위해 의대 증원이 중요해진 만큼, 이를 더 강경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 사태를 타개하려면 정부·대통령실에 의대 증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타격을 입혀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와의 대화가 단 한 번이라도 의료계에 좋게 마무리된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지금 대화하자는 것은 내년도 의대 증원을 그냥 내주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라며 "나중에 대화가 가능해진다고 해도 일단 우선 교수 단체들이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나오고 이후 방향성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정부는 말로만 대화하자고 하는 것이지 실제로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투쟁 외엔 없다"며 "현 사태를 종식하기 위해선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해야 하고 이를 위한 가장 빠른 길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철회"라고 강조했다.
의협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에게 이처럼 나눠진 의료계 내부 입장 차를 잘 조율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오는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회의와 대한전공의협의회와의 간담회로 대화의 장을 마련해, 다음 주까지 비대위 방향성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김 의장은 "그동안 의료계에선 직역별로 다른 목소리가 나왔던 측면이 있다. 비대위원장은 이런 이견을 하나로 어우르면서 특히 전공의 목소리를 잘 대변해야 한다"며 "예민한 상황이어서 비대위원장이 모든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대의원회 운영위와 함께 집행부와도 대화해 전체적으로 통일된 목소리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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