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월 보궐선거가 치러지기 전까지 대한의사협회를 이끌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들이 추려졌다. 4파전으로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모든 후보가 내부 결집과 전공의·의대생 소통을 강조해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대한의사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선거를 위한 후보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비대위원장 후보 지원 마감 결과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 ▲서울특별시의사회 황규석 회장(가나다순)이 출마해 4파전으로 선거를 치르게 됐다.
박형욱 후보는 출마의 변을 통해 독단 없는 결단을 강조했다. 의료계 내부 입장이 투쟁과 협상으로 갈려있는 만큼 이를 잘 조율해나가겠다는 설명이다. 비대위원장 당선 시, 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하는 등 비대위를 의료 직역들이 화합하는 장으로 만들겠다는 것.
또 이 과정에서 현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인 전공의·의대생 입장을 중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비대위를 통해 상호 존중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이를 차기 집행부에 넘겨줄 것이라는 각오다.
비대위를 통한 정부와의 대화도 강조했다. 다만 현 의료 사태는 정부가 시한폭탄을 설치한 형국인 만큼, 이를 먼저 멈추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독단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어떤 협의체를 운영하더라고 의료가 파탄 난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박 후보는 "정부의 독단적 행정으로 의료 파탄이 계속되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깊은 상처를 입었고 국민의 걱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리더에게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결단과 독단을 분별해야 한다. 위원장이 구성원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그것은 의협에 큰 해를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계가 한자리에서 모여 서로를 존중하고 합의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라며 "비대위라는 틀 안에서 의료의 여러 지역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존중하고 합의를 이루는 전통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는 의료계의 커다란 힘이 될 것이고 국민에게 큰 신뢰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욱 후보는 투쟁을 강조했다. 협상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선 투쟁으로 힘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한의학회 등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면서 많은 회원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것. 투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의 협상은 굴종과 다름없다는 우려다.
또 이 후보는 그 일환으로 이미 지난 10개월간 대통령실 앞과 시청 등에서 전공의·의대생과 함께 집회를 여는 등 투쟁해왔다고 강조했다. 만약 비대위원장이 된다면 이 같은 투쟁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협상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의사회 차원에서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경제적·법률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전공의 지원하는데 앞장서 왔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모레면 2025년 수능이고 정시 수시 입시가 강행되고 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투쟁 없는 비대위는 있을 수 없다"며 "협상은 당연히 할 것이지만 투쟁력이 없으면 굴종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윤석열 정부는 굉장히 오만하고 일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무런 투쟁 없이 협상을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6.25 전쟁 때도 없었던 1년간 학교를 못 가는 사태를 겪고 있다. 이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투쟁하며 진료 현장과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며 "의대생, 전공의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고 이들의 뜻을 존중해서 반드시 이들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신구 후보 역시 조율자로 역할 하는 비대위원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전공의·의대생의 비대위 참여 가능성이 큰 만큼 이들이 본인의 행보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또 그 일환으로 비대위를 통해 전공의·의대생 협상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전체 투표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전공의·의대생이 이를 반대하고 있고 투쟁과 협상 전권을 가지고 현 사태에 대처해야 할 것은 비대위라는 이유에서다. 만약 비대위원장이 된다면 교수단체들부터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나오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주 후보는 투쟁 동력 활성화 차원에서 전공의·의대생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주 후보는 "이런 과정을 거쳐나 나중에 별 탈이 없을 것이다. 2020년 9.4 의정 합의 때 이런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불씨가 남아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며 "비대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회원 의견을 결집하고 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이런 것이다. 이런 과정이 생략되면서 의료계가 수세에 올리고 명분을 잃게 되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직 전공의와 휴학 의대생도 매우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그동안 집행부가 하지 못했던 그런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이 역시 투쟁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의협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전권을 가지고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황규석 후보는 의대 증원으로 의료 시스템 위기를 강조하며 대통령실과 정부, 지자체, 정치권, 국민 모두를 설득하고 나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년 7500명의 의대생이 수업을 동시에 받아야 하고, 2년 이상 의사 나오지 않는 미래가 올 수 있다는 것. 더욱이 정부 1만 명 의대 증원이 모두 추진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는 우려다.
이들을 수련시킬 병원과 환자도 없는 만큼, 의료 시스템 붕괴 막차인 12월 말 정시가 오기 전까지 무언가 결과를 내야 한다는 것. 또 황 후보는 이 같은 문제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시위를 강조하며 이미 이를 위한 장소와 계획을 마련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말뿐만이 아닌 행동하고 결과를 내는 비대위원장이 되겠다고 강조하며 이 과정에서 전공의·의대생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듣겠다고 밝혔다.
황 후보는 "한 의대생이 의사가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부끄러운 직업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의대생들이 살인적인 공부량을 견디고 전공의가 주 100시간 근무를 버틴 이유가 무엇인가. 의사라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살았는데 그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며 "내가 해야 할 일은 미래를 잃어버리고, 자부심을 잃어버린 후배들에게 이를 다시 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3월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기존 세계 최고라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사라진다. 남은 한 달 안에 누군가 선배로서 목숨을 걸고 후배를 위해 싸워야 한다"며 "남은 두 달 동안 두 발로 뛸 것이다. 용산과 정부를 찾아가고 여당도 야당도 찾아가고 매일 국민에게 호소할 것이다. 의료 시스템이 망가지면 궁극적 피해는 국민이 받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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