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손해배상 사건은 인과관계 증명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추간판 질환과 같이 기왕의 장애 등이 함께 문제가 되는 경우 이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으면 과잉배상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법률 전문가들이 의료소송에서 손해배상액 산정이 보다 명확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의료법학회는 대법원과 함께 7일 대법원에서 '의료소송에서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을 주제로 추계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법률사무소 나음 유현정 변호사(한국의료변호사협회 대표)는 손해배상범위에 더해 더욱 명확한 법원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손해배상 사건은 인과관계 증명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추간판 질환과 같이 기왕의 장애 등이 함께 문제가 되는 경우 이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으면 과잉배상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유현정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 법원이 장해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하는 '맥브라이드 장해평가기준' 또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맥브라이드 장해평가법은 미국의 오클라호마 의과대학 정형외과 교수인 맥브라이드가 1936년에 작성한 노동력 상실 평가 방법으로, 직업과 장해 부위의 관련표로 신체 장해를 백분율로 나타내 평가하는 방법이다.
인지, 신체, 감각 등 다양한 측면을 평가해 종합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에 개인의 장애 정도를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평가자 개인의 주관적 견해가 포함될 수 있으며 제정 후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현대사회특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유 변호사는 "맥브라이드 장해평가기준은 1960년대 마지막으로 개정됐다"며 "당시의 의학 수준에 의해 제작됐기 때문에 염좌도 장애를 남기는 손상으로 파악해 영구장해로 판단하고 있는 등 현대 의학적 합리성을 벗어나는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이 최근 만들어진 미국의사협회(AMA) 장해평가기준이나 대한의학회(KAMS) 장해평가기준이 아닌 맥브라이드 장해평가기준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과잉배상뿐 아니라 과소배상 역시 경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현정 변호사는 "우리나라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인용되는 금액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최근 법원에서 위자료를 상향하고 도시일용노임 등이 상승하며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책임제한이 많은 의료손해배상사건은 여전히 실제 발생한 손해와 법원에서 판결을 통해 인정되는 손해의 차이가 크다는 주장이다.
유 변호사는 "충분한 배상을 받기 어려운 현실에서 소극적 손해배상액 산정을 보다 정확하게 함으로써 이론적인 과잉배상을 막게 되면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전보가 더욱 요원해지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소배상 또한 문제가 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시중은행 정기예금금리가 연 3% 남짓인데 민법에서 정하는 법정이율은 연 5%"라며 "법정이율에 따라 중간이자를 공제함으로써 과소배상이 이뤄지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잉배상을 막는 것과 동시에 과소배상 또한 막아야 하고 실제 발생한 손해와 판결을 통해 인정되는 손해 간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노태헌 부장판사 또한 의료사고와 관련된 과잉배상 문제를 지적했다.
노태헌 판사는 "의료행위는 대부분 이미 질병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일반 손해배상 소송보다 기존에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노동능력상실률 등의 산정이 매우 복잡하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실무상 기대여명을 산정할 때 완전생명표의 기대여명에 여명단축률을 곱해 계산한다.
기대여명은 특정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년수를 의미하는데, 구간별로 통계치를 제시하는 '구간별 통계치'와 오차한도를 줄이기 위해 특정 독립변수를 고려하는 '단속적 통계치'로 나뉘다.
노태헌 부장판사는 "완전생명표에서 제공하는 기대여명은 단속적 통계치"라며 "가중평균을 사용해야 오차한도 및 계통오차를 줄일 수 있는데 실무에서는 구간별 통계치를 사용해 과잉배상을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0.5원의 과잉배상도 막기 위해 원 미만은 버림을 하는 방침과 배치된다"며 "다투지 않는 것이 명백한 경우는 채권자 주장대로 인정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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