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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구조 변화 간과한 필수의료 정책 지속 불가"

발행날짜: 2024-12-20 05:30:00

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 의정갈등 정책 진단
"급증하는 의료비 재정 소모, 의대 증원 정책이 악화시킬 것"

의대 증원으로 요약되는 필수의료 강화 대책에 대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이 나왔다.

고령층의 급격한 증가 및 이에 따른 의료 수요의 증가가 재정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의대 증원은 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

의대 증원으로 요약되는 필수의료 강화 대책에 대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책은 보장성 확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한정된 인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필수의료 체계를 지속 가능케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의 '지속 가능한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미래를 위한 정책 설계' 기고글이 대한내과학회지(KJM) 12월호에 게재됐다(doi.org/10.3904/kjm.2024.99.6.269).

보건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연 2000명에 달하는 의대 증원은 OECD 평균 대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부족 및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급증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이다.

정 교수는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의사 수 늘리기가 실책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구체화되고 있다"며 "2022년 GDP 대비 의료 비용 지출은 9.7%로 사상 처음으로 OECD 평균을 넘어섰으며 이는 지난 20년간 높은 증가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3년 합계 출산율은 0.72로 부양을 위한 기초적 인구 구조가 붕괴되고 있다"며 "국민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인구 구조 개선 없이는 거시적 환경은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2024년 KDI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개혁이 없을 경우 2054년경 소진되며 이를 보험료 조정만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35% 내외까지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

또 현재의 건강보험료 증가 추세와 국민 의료비의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해당 시점의 건강보험료율 또한 15% 선에 도달, 2055년경의 부양 인구는 두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소득의 절반을 부담하는 등 어떤 관점에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그의 판단.

정 교수는 "따라서 필수의료도 앞서 언급한 국가의 거시적 환경 변화에 맞춰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의정 갈등 이후 정부가 제시한 필수의료 수가 인상, 상급 종합병원 구조 개선, 국립대학교 병원 재정 투자 역시 장기적인 재정 영향은 면밀하게 평가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상급 종합병원 구조 개선 사업에 연간 3.3조원 이상이 소요되며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국립대학교 병원 재정 투자 등에도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며 "건강보험 지출이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책이 정착돼 소모가 발생하면 중장기적 재정 영향은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년간 매년 10% 넘게 진료비 총액이 증가해 온 것은 고성장, 저부양 환경에서는 가능하지만 저성장, 고부양 환경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다.

지속적인 재정 투입과 국민의 의료 수요에 대한 한없는 의료 공급은 지속 불가능 지점을 앞당길 뿐이라는 점에서 그는 미래 인구 구조 변화와 부양 인구의 감소를 반영한 정책을 주문했다.

정 교수는 "의료 관련 인건비, 비용의 증가는 의료 인력의 공급 증가보다 수요 억제가 더욱더 직접적이며 지속 가능한 대안"이라며 "학령기 인구는 2016년생을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향후 15년 뒤에는 대입 인구수가 30만 명 미만으로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인력의 계획은 전체 인구 대비 의사의 수만큼 해당 연령 구간에서의 인력비의 관점에서 수립돼야 한다"며 "분모에 해당하는 학령기 인구의 감소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율의 인력이 이공계에서 유출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현재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치중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계속해서 수용하겠다는 낙관적 태도를 보인다"며 "보장성 확대라는 기존의 방향에서 벗어나 한정된 인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필수의료 체계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즉 무제한적 의료 수요를 감당하려 하기보다는 수요 자체를 조절해 후속 세대가 지속 가능한 체계를 물려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어렵지만 불가피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으로 변화를 미룬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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