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과도한 업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의료 인공지능이 임상 현장에 보급되고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노력이 의사들의 딜레마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 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률, 지침이 미비한 상황에서 의사들에게 이에 대한 활용을 강요하면서 오히려 번아웃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셰팔리 파틸(Shefali V. Patil) 교수가 이끄는 다기관 연구진은 20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게재한 견해(Viewpoint)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대안을 촉구했다(10.1001/jamahealthforum.2025.0106).
셰팔리 교수는 일단 진단 보조 등에 활용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분명히 의료 혁신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을 통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의료적 오류를 줄이는 것은 잘 활용될 경우 의사의 업무와 피로감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률 규정, 지침이 미비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이 의료 AI가 임상현장에 보급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결국 어떤식으로든 이에 대한 책임을 의사가 지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의사의 '초인화'를 가속화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셰팔리 교수는 "의료 AI는 결국 임상적 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데 환자에게 부정적 결과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합의가 부족하다"며 "인공기능을 전적으로 따라도, 이를 무시해도 책임은 의사에게 돌아온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결국 의사들은 의료 인공지능의 결정을 언제,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를 두고 엄청난 부담에 짓눌리게 된다"며 "결국 어떤 상황이건 의사들은 초인화에 대한 압박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의사에 대한 '초인화 현상'은 사회적으로 의사들이 일반 사람들을 능가하는 뛰어난 정신적, 도덕적, 신체적 능력을 가진 것으로 여기는 현상이다.
말 그대로 의사도 사람이지만 항상 옳은 결정을 내려야 하고 본인의 신체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여긴다는 의미. 또한 이에 대한 책임도 보통 사람들에 비해 과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셰팔리 교수는 "결국 의사의 업무를 줄이고 의료 오류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의사의 업무와 딜레마를 늘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궁극적으로 의료 AI 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자체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결국 의료 AI를 사용하지 않고 환자에게 악결과가 나오면 왜 이를 쓰지 않았냐는 비난을 받게 되고 이를 썼다가 악결과가 나오면 AI는 인간이 아닌 만큼 결국 의사에게 책임을 묻게 된다"며 "이러한 긴장감은 의사의 잘못된 선택을 가져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 자체가 증거기반 결정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필요 이상으로 의료 AI에 의존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의학적 경험에 비춰 의사의 결정이 인공지능의 판단보다 뛰어나더라도 결국은 AI의 결정을 밀어낼 수는 없는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대규모 데이터 세트와 통계적 상관관계에 의해 판단을 하는 반면 의사는 연역적 추론과 경험에 의해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어느 부분에서건 부딪히는 부분이 있을 밖에 없지만 이를 완충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셰팔리 교수는 "이미 의사가 연역적 추론에 의해 진단을 내렸는데 인공지능이 다른 결과를 내놓으면 의사는 스스로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며 "이러한 일이 반복될 경우 의사의 판단에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게 되고 결국 AI에 의존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특히 의학 교육은 이러한 연역적 사고와 경험을 배우는 과정인데 숙련된 전문의가 이러한 딜레마를 겪을 경우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의료 AI는 해답만 내놓을 뿐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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