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행정부가 제약 산업을 핵심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약가를 대폭 인하 하겠다는 목적인데, 최근 미국 보건당국이 발표한 '최혜국 약가(Most-Favored-Nation Pricing, MFN)' 정책이 국내 제약업계를 넘어 임상현장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자칫 미국의 MFN 정책을 계기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 신약 출시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상현장 입장에서도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향후 미국의 정책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약가 정책에 움직이는 글로벌 제약사들
지난 5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MFN 정책 추진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기서 MFN 정책은 미국 내 처방의약품 약가를 주요 선진국 중 최저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이다.
대상 약제로는 미국의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파트B 중 연간지출 상위 고가 치료제(항암제, 면역치료제 등)다.
OECD 국가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GDP)이 미국의 60% 이상인 국가 중 가장 낮은 약가를 참조해 미국 가격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약가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비교해 너무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31일 미국 내 약값을 해외 수준으로 낮추라며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60일 시한'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애브비, 암젠, 아스트라제네카, 베링거인겔하임, BMS, 일라이릴리, 독일 머크(EMD 세로노), 제넨텍, 길리어드, GSK, 존슨앤존슨, 머크(MSD), 노바티스, 노보노디스크, 화이자, 리제네론, 사노피 등 17개사 대표들에게 전달됐다.
이 같은 압박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즉각 반응했다.
일라이릴리는 비만치료제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의 영국 내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마운자로의 영국 내 가격을 최대 170% 인상한다.
마운자로 민간 가격은 기존 월 92~122파운드(약 17만 3000~22만 9000원)에서 133~330파운드(약 24만 9000~62만원)로 오른다. 동시에 미국 내 인슐린 가격을 70% 인하하고 환자 본인부담금을 월 35달러로 상한을 설정했다.
노보노디스크 역시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의 미국 내 약가를 인하하기로 했다. 한 달 약값을 기존 1000달러(약 139만원)에서 499달러(약 62만원)으로 내린 것이다.
뒤이어 추가적인 글로벌 제약사들의 미국 내 약가 인하 및 타국 가격을 인상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MFN 정책 파장은? 주시하는 제약업계
미국의 약가인하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 출시 자체가 이와 연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한국이 참조국으로 포함되는지 여부다.
일단 'OECD 국가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GDP)이 미국의 60% 이상인 국가 중 가장 낮은약가를 참조해 미국 가격을 결정한다'고 방침이 나온 상황이기에 한국과 일본은 참조국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PPP(구매력평가 기준 GDP)를 적용하면 한국이 MFN 대상국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국내 신약 출시를 검토 중인 다국적 제약업계 중심으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참조국 등 구체적인 적용 방식이 발표되지 않으면서 국내 제약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돌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향후 미국의 정책 발표를 주시하며 향후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KRPIA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MFN 약가정책의 참조국 등 구체적인 적용 방식이 공개되지 않아 현재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만약 한국이 국제 참조 가격 기준으로 활용될 경우 국내 약가정책의 지속 가능성뿐 아니라 환자의 치료 기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표면적이지는 않지만 다국적 제약사들 내부적으로는 신약 출시를 두고서 눈치보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불확실한 MFN 정책을 원인으로 국내 신약 출시를 공개적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히기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특정 기업이 신약 허가 협상을 본사 차원에서 홀딩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표면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며 "다만, 글로벌에서 한국 제약시장이 혁신신약에 대한 약가를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데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내 출시와 급여 적용에 도전하는 제약사들의 행사에서도 미국의 MFN 약가 정책이 주요 이슈로 자리 잡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급여에 도전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한국아스텔라스 김준일 대표는 "MFN 관련 이슈로 미국 시장에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회사들이 한국 약가를 받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에서의 매출이 50% 가까이 차지하는 아스텔라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임상현장에서도 글로벌 제약사들의 MFN 약가 정책에 따른 신약 도입을 둘러싼 우려에 동감하는 분위기다. 이를 계기로 신약의 '코리아 패싱' 문제가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혁신신약의 국내 접근성 지연과 함께 환자 치료 선택권 축소, 환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던 한국 내 임상시험 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장연구학회는 자체 의료정책포럼을 통해 "지나치게 낮은 약가 정책이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 시장 철수를 초래하는 코리아 패싱 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라이릴리 옴보는 국내에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약가협상 과정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약가 제시로 인해 국내 출시가 무산됐다"며 "환자의 치료접근성을 보장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시장 패싱을 초래할 수 있는 과도한 약가인하 정책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약 도입을 촉진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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