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외받던 전립선암이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암 5위에 머물던 전립선암은 이제 남성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노년 질환'이라는 낡은 인식을 넘어 전 세대의 경계 대상으로 떠오른 것.
다행스럽게도 보호막이 없는 건 아니다. 1만원대에 불과한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예방의 문은 이미 열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문제는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된 6대 암은 위, 폐, 간, 대장, 유방, 자궁경부암으로, 남성에게 특화된 암은 한 종도 없다는 점. 남성암 1위 전립선암을 외면한 현행 제도가 과연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냐는 물음은 PSA 검사의 국가암검진 포함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비뇨의학회 국제학술대회(KUA 2025)에서도 PSA 검사의 중요성과 조기검진 확대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발표되며 공론화에 불을 지폈다. 박재영 대한비뇨의학회 홍보이사(고대안산병원 비뇨의학과)를 만나 국내 암 검진 체계의 한계와 전립선암의 유병률 전망, PSA 검사의 국가암검진 포함의 필요성에 대해 들었다.
■"전립선암 남성암 1위로…남성 위한 보호막 필요"
전립선암이 올해 국내 남성암 발생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PSA 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비뇨의학회는 PSA 국가검진 도입을 학회 차원에서 공식 정책 과제로 삼은 상황. 실제로 KUA 2025에서 발표된 세 편의 주요 연구도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이와 관련 박재영 이사는 "현재 국가암검진에 포함된 6대 암 가운데 유방암과 자궁경부암 등 2개는 여성에게만 국한돼 있고, 남성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전립선암은 검진에서 제외돼 있다"며 "이런 불균형은 단순한 정책적 미비가 아니라, 국민 건강 형평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립선암 발생률과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PSA 국가검진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학회는 이미 내년이면 남성암 1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립선암에 대비해, 국가 차원의 검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KUA 2025에서 발표된 연구들 역시 검진 체계 포함의 당위성을 설명한다.
박 이사는 "고영휘 교수팀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16만 6848명의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PSA 정기검사 효과를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며 "연구 결과를 보면, 정기검사군은 수술(45.6%)과 방사선치료(17.0%) 비율이 높았지만, 호르몬제와 표적치료 등 고가 전신치료 부담은 오히려 낮았다(42.3% vs 59.7%)"고 강조했다.
그는 "즉 PSA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면 조기 진단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저비용 국소 치료로 치료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나중에 필요할 고비용 전신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이는 환자 개인뿐 아니라 국가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하는 결정적 근거"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보면 PSA 검진 도입이 단순히 연구용이나 권고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국민 건강과 경제적 부담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임을 알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
치료 접근성에서도 지역 격차가 확인됐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검진이 없다면 소외되거나 낙후된 지역, 소득이 낮은 지역에서 건강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
박 이사는 "국내 전립선암 초기 치료 방식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도시와 지방 간 차이가 확연했다"며 "고위험 국소 전립선암 환자에서 수술 비율은 도시 64.3%, 지방 48.6%였고, 중간위험군도 도시 66.8%, 지방 51.2%로 차이가 컸다"고 했다.
그는 "저위험군의 수술은 도시가 49.6%, 지방은 32.5% 시행했고, 지방은 적극적 감시가 더 많이 시행됐다"며 "대신 호르몬 단독치료는 지방에서 저위험군 22.9%, 고위험군 34.7%로 높게 나타나 이는 결국 치료 성과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적 여건이나 의료 접근성에 따라 치료 선택이 달라지는 현실이 연구에서 나타났다는 점에서 PSA 국가검진 도입을 통해 지역·계층별 건강 격차를 제도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 조기 진단을 전국적으로 균일하게 적용하면, 누구나 필요할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박재영 이사는 "10년 장기 추적 연구에서도 한국인 전립선암 환자 153명을 대상으로 엄격 기준군과 일반 기준군을 비교한 결과 엄격 기준군에서 추적 생검 시 암 진행률이 32.8%로 일반 기준군 47.7%보다 낮았다"며 "적극적 치료로 전환된 비율도 40.3%로 일반 기준군 59.3%보다 현저히 낮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PSA 검진이 정기적으로 이뤄질 때 이러한 적극적 감시 전략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조기 발견이 이뤄지지 않으면 엄격한 기준도 소용이 없어 PSA 검진은 단순한 검사가 아니라, 환자가 과잉 치료를 피하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PSA 국가건강검진 포함을 위한 학회 내부의 구체적인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학회는 PSA 국가검진 도입을 위해 '전립선암 국가검진단위원회'를 구성, 국내 15명의 전문가가 모여 PSA 검사 연령, 검사 주기, 과잉진단 방지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박 이사는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미 45세 이상에서 PSA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위·대장내시경처럼 특정 연령대가 되면 자동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PSA 검사를 국가검진에 넣자는 것이 아니라, 조기 발견, 불필요한 치료 회피, 장기 치료 부담 완화, 지역 간 치료 격차 해소까지 모든 측면에서 근거가 확인됐다"며 "의료 접근성의 불평등을 개인의 선택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뇨의학회는 학문적 근거와 사회적 필요성을 바탕으로 정부와 국민을 설득해 PSA 검진 도입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며 "전립선암 국가검진단위원회의 정책 개선안 내용을 오는 12월에 공개, 다시 한번 필요성을 환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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