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상 압박이 의약품에서 의료기기로 이동하고 있는 모양새다. 의약품 관세는 유예 국면에 들어섰지만, 의료기기는 이미 조사 단계에 접어들면서 관세 리스크가 현실적인 변수로 부상했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바이오헬스산업 수출 관세 리스크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025년 9월 의료기기, 개인보호장비(PPE), 의료용 소모품을 대상으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국가안보 조사를 공식 개시했다. 상무부는 미국의 산업·무역·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다.
이는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기 전 단계로, 조사 결과에 따라 품목별 관세나 수입 제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의약품과 달리 의료기기는 아직 관세 유예나 상한선에 대한 합의가 없다. 제네릭 의약품이나 원료의약품처럼 면제 대상이 명확히 설정된 것도 아니다.
의료기기가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국가안보 논리가 있다. 팬데믹 이후 미국 정부는 의료기기와 의료장비를 단순한 산업 제품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자국 공급이 필요한 전략 물자로 인식하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을수록 안보 리스크로 판단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의료기기는 품목 분류에 따라 관세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대부분의 의료기기는 HS 90류에 분류되지만, 일부 완제품이나 부품은 철강·알루미늄·파생상품 관세 대상과 HS 코드가 겹친다. 이 경우 의료기기라 하더라도 금속 함량에 대해 최대 50%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고, 잔여 부분에는 상호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
실제 사례도 보고서에 제시돼 있다. 의료용 안마의자의 경우, 미국에서는 의료기기가 아닌 금속 의자로 분류돼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기능보다 구조와 재질이 관세 판단 기준이 되는 셈이다.
의료기기 업계의 부담은 중소·중견 기업에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의약품과 달리 의료기기는 제품군이 다양하고, 부품 구조가 복잡해 HS 코드 분류와 금속 함량 산정이 까다롭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보하거나 공급망을 조정하는 데에도 상대적으로 제약이 크다.
의료현장 역시 이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의료기기 수입 비용 상승은 병원 구매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장비 도입 시기 조정이나 선택 폭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영상장비, 치료·보조기기 등 고가 장비일수록 영향이 크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기기뿐 아니라 보건의료 산업 전반이 언제든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의료기기는 이미 국가안보 조사에 들어갔고, 의약품 관세 역시 유예된 상태일 뿐 언제 다시 강화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업계 전반에 깔려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지 않더라도, 조사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거래 구조와 가격 협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미국 통상 정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전략과 지원 체계가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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