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네릭 의약품 약가 인하를 골자로 한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제약산업의 체질을 신약·수출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한 반면, 산업계는 연구개발 투자와 공급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며 제도의 속도와 설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 등은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신약강국으로 도약하는 약가정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우선 산업계는 정부가 추진 중인 제네릭 의약품 약가 인하 중심의 약가제도 개편이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홍정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이사는 "약가 정책은 건강보험 재정 관리 수단인 동시에 국가 바이오헬스 산업의 구조와 발전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정책"이라며 "추가적인 대규모 약가 인하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상무는 1999년 이후 10여 차례 반복된 약가 인하로 제약산업 전반의 수익성과 투자 여력이 점진적으로 축소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약가 인하가 단행될 경우, 신약 개발 투자 위축과 함께 저가 수입 원료 및 완제의약품 의존도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정책은 모든 주체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시행돼야 하는데 지난 20년간 제약산업은 유독 예측 가능성이 낮았다"며 "CDMO 등을 제외한 국내 상장 100대 기업의 평균 이익률은 4.8%에 불과한 상황에서 약가 인하가 더해질 경우 연구개발 투자와 의약품 생산 인프라가 위축돼 산업 전반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해외 주요국에서도 가격 조정 이후 자국 내 제네릭 제조시설이 해외로 이전되거나 외국에서 생산된 의약품을 수입하는 사례가 나타난 바 있다"며 "단기적인 재정 절감 효과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고용 감소와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목표와 제도 설계 간 정합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홍 상무는 "정부가 지향하는 혁신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라는 방향성에는 산업계도 공감한다"며 "현행 개편안은 혁신성과 수급 안정에 대한 보상은 제한적인 반면 규제 강화로 인한 부담은 커지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특히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상대평가 방식과 한시적인 가산 기간, 기등재 약제에 대한 약가 인하 방안 등이 연구개발 투자와 생산 기반 강화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등재 약제 약가 인하가 투자 재원 감소와 일자리 축소, 의약품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산업연구원 고용유발계수 기준으로 연간 1만4000명 이상의 인력 감축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협회는 제도 시행 전 산업과 국민 보건에 미치는 단기·중장기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을 요구한다"며 "충분한 유예 기간과 함께 정부와 산업계 간 지속적인 논의가 가능한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행 방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한미약품 김상종 이사는 이번 정부 정책이 연구개발 투자와 성과를 낸 기업에 보상을 통해 추가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성과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정책 신호와 달리, 기등재 약제를 중심으로 한 일괄적인 약가 인하를 또다시 추진하는 것이 과연 목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혁신형 제약기업뿐 아니라 다수의 기업들이 임상 3상 등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 이내 출시된 국내 신약이 전체의 약 30%에 달하는 등 신약 개발 속도도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약품 역시 지난 10년간 연구설비와 품질관리 분야에 약 3조 원을 투자했다"며 "이 같은 투자는 대부분 기등재 의약품 매출에서 나오고 있으며, 이는 다시 국내 시장으로 환류돼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이프라인 투자와 생산 설비 유지, 인력 고용을 지속하려면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며 "성과 보상을 강조하면서도 기등재 약제에 대한 대규모 약가 인하가 병행될 경우 투자 선순환 구조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네릭 약가가 높아 신약 개발이 위축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비혁신형 기업을 포함해 많은 기업들이 이미 연구개발과 생산 기반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제네릭 중심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평가를 받는 구조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력과 성과에 대한 보상이 먼저 이뤄지고, 그에 따른 책임과 평가가 뒤따르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정책 목표의 긍정적인 신호가 산업 현장에서 예측 가능한 제도로 구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일부 기업 제네릭 비중 절반 이상...신약 중심 전환해야"
정부는 산업계의 우려를 인지하면서도, 제약산업의 체질 전환을 위한 정책적 유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건복지부 임강섭 제약바이오산업과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달성한 것은 제약산업이 본격적인 수출 산업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라며 "특히 혁신형 제약기업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14.7%로, 전체 제약사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혁신형 제약기업 중에서도 여전히 제네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존재한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과장은 "일부 기업은 제네릭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 구조에 머물러 있는 만큼, 매출 구조를 신약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중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을 개편해 R&D 투자 비중과 후보물질 개발, 임상 활동, 해외 진출 성과 등의 지표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약가제도 개편 역시 기업의 혁신성을 높이고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김연숙 보험약제과장은 "약가 개편은 현 제도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공감대 속에서 추진되는 것"이라며 "이번 개편안은 약제비 절감 자체를 목표로 한 접근이 아니라, 신약과 필수의약품, 제네릭을 포괄하는 구조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제약계의 매출 감소 우려와 관련해서는 "2012년 이후 장기간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유지해 온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라며 "업계가 우려하는 수준의 매출 감소와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확보되는 재원은 신약과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해 활용할 예정"이라며 "필수의약품과 수급 안정이 필요한 약제는 원가 보전 현실화와 약가 인상 등 보완 장치를 마련해 공급 불안 우려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제약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적극적으로 투자한 기업일수록 경영 성과도 개선되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번 개편안을 계기로 영업 중심 구조에서 연구개발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신호를 분명히 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제약산업의 체질 개선과 도약을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며 "건강보험 재정 관리와 산업 육성이 충돌하지 않도록 업계와의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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