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의료 인공지능(AI)이 하나같이 성능 경쟁에 매달리고 있어요. 물론 정확도 등 성능도 중요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가치죠. 의료진과 환자에게 어떠한 가치를 줄 수 있느냐. 이 본질을 증명하는 제품만 살아남을 겁니다."
의료 AI의 임상적 가치를 둘러싼 논의가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알고리즘의 정확도와 성능 자체를 입증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유도하고 그것이 의료진과 환자에게 어떠한 혜택을 줄 수 있는지를 따지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면에서 최근 국제 학술지 다이어그노스틱스(Diagnostics)를 통해 공개된 뷰노의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딥카스(VUNO Med–DeepCARS)의 전향적 연구는 의미가 남다르다.
국내 최초의 대규모 전향적 중재 연구라는 점은 물론 단순한 성능 평가를 넘어 실제 환자의 임상적 결과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살펴봤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들과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향적 연구로 증명된 딥카스 효용성 "추가인력 없이 예후 개선"
그렇다면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정수 교수(입원의학과장/진료전략실장)는 이번 연구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그는 이번 연구를 단순한 기술 검증이 아니라 의료 AI가 실제 병원 안에서 어떻게 쓸모를 입증할 것인가를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김정수 교수는 "지금까지 의료 AI 연구는 대부분 후향적으로 예측의 정확도만 따져 가치를 평가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실제 임상에서 의료진과 환자에게 주는 혜택을 증명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이러한 AI 시스템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의 개입을 유도했으며 그것이 환자 예후 개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연구는 일반병동에 입원한 성인 환자 3만 6797명을 대상으로 딥카스를 적용한 뒤 의료진의 대응과 환자 예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본 중재 연구다.
전체 입원 환자 가운데 알람이 발생한 2906명을 대상으로 24시간 이내 임상 재평가나 치료가 이뤄진 중재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을 비교 분석한 것.
그 결과 중재군의 원내 심정지 발생률은 2.07%에서 1.06%로 약 46% 감소했고, 원내 사망률 역시 2.74%에서 1.70%로 약 35% 낮아졌다. 또한 알람 이후 의료진의 개입이 빠를수록 환자 예후가 더 좋았다.
주목되는 지점은 이 모든 결과가 기존 진료 체계를 유지한 채 추가 인력 투입 없이 나왔다는 점이다.
딥카스의 알람은 환자 상태를 다시 확인하고 추가 치료를 검토하는 정보로 활용됐으며 이후 실제 대응은 의료진의 자율적 판단에 맡겼다. 즉 AI가 사람을 대신한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더 빨리, 더 정확하게 환자를 한 번 더 보게 만든 셈이다.
김정수 교수는 이 대목에서 한국 의료 환경의 특수성을 함께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계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추가 인력이 투입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교육만으로도 긍정적인 데이터를 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한 면에서 그는 의료 AI와 조기경보시스템을 둘러싼 가장 큰 논쟁점으로 신뢰를 꼽았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이 얼마나 화려한 기술을 탑재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지가 증명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정수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의료진이 환자를 한 번 더 살피는 것만으로도 예후는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문제는 기존 툴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 조기경보시스템(EWS)은 오경보가 많아 진짜 위험 환자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에너지를 대부분 소모하게 만든다"며 "결국 의료진은 환자를 찾느라 지치고 정작 실제 환자를 진료하고 개입하는 데 쓸 여력은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딥카스는 민감도를 유지하면서도 오경보를 줄여 의료진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신뢰를 얻은 것이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결국 진짜 환자 한 명을 찾기 위해 확인해야 하는 환자 수를 줄여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AI가 동일한 민감도를 유지하면서도 오경보를 줄여준다는 점은 그 자체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그는 딥카스와 기존 조기경보시스템의 가장 큰 차이 역시 오경보 감소에 있다고 봤다. 단순히 민감도가 높다는 기술적 수치보다 실제 현장에서는 의료진에게 시간을 돌려준다는 점이 더 본질적 혜택이라는 평가다.
김정수 교수는 "오경보가 줄어들면 결국 인터벤션을 수행하는 의료진 즉 대응체계(Efferent limb)가 활발히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민감도 수치보다도 의료진이 진짜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점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 AI의 본질은 의료진과 환자 혜택…남은 것은 보편성"
하지만 여전이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불신이 존재한다. 그는 이러한 배경으로 한국 의료계의 보수성을 꼽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경계심, 이른바 신포도 심리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결국 확실하고 객관적인 근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의구심을 갖는 것이 한국 의료의 특성이며 이는 과학자로서 당연한 것"이라며 "결국 먼저 경험해 본 사람들이 이 시스템이 정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전향적 연구가 AI의 확산에 큰 의미가 된다는 의미"라며 "믿고 쓸 수 있다는 신뢰를 보여주는 누구나 납득할 수 밖에 없는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가 병원장 등 경영진에도 적지 않은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병원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요소는 인력 충원인데 이번 연구는 기존 신속대응팀을 유지한 상태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김정수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바로 추가 인력 투입 없이 성과를 냈다는 점"이라며 "병원장 등 경영진 입장에서 인력 부담 없이도 환자 안전과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인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딥카스가 단계적 검증을 통해 오경보 감소를 전향적으로 증명하고 이후 실제 현장에 도입했을 때 어떤 행동 변화와 결과를 낳는지를 차례로 확인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의료 AI가 나홀로 현장에서 돌아가거나 의료진의 로딩을 오히려 더 늘리는 반작용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김정수 교수는 "AI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것으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사용자에게 명확한 이점을 줘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연구는 AI가 가져야 할 본연의 역할을 완벽하게 증명한 사례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 현장에서는 이 환자를 지금 가서 봐야할지 일단 두고 봐도 될지 고민하고 갈등하는 순간이 비일비재하다"며 "딥카스가 이러한 결정 장애와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는 결정적 요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이제 여러 병원이 참여하는 다기관 연구를 추가적으로 진행중이다. 병원마다 신속대응시스템의 규모와 문화, 운영 방식이 다른 만큼 다양한 환경에서도 일관되게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딥카스를 믿어도 되며 의료진과 환자에게 모두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확신을 준 결과"라며 "AI 기반 조기경보시스템의 우수성을 알리는 강력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이제 이러한 성과가 병원 규모와 지역 등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이러한 학술적 근거들이 의료 AI의 본질적 가치와 보편성을 입증하고 신뢰를 주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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