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2009년, 한 정형외과 의사가 미국에서 배워 온 낯선 치료법을 국내에 소개했다. 수술 칼 대신 주삿바늘로, 인공 관절 대신 환자 자신의 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국내에는 이를 적용할 기준 자체가 없었다. 16년이 지난 지금, 한 개원의사의 과감한 시도는 정형외과 재생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김완호 회장은 국내 자가골수 줄기세포(BMAC) 치료의 1세대 도입자다. 2011년 신의료기술 허가를 이끌었고, 2023년 나이 제한 철폐와 주사 방식 허용이라는 정책 전환의 현장에도 있었다. 그가 바라보는 재생치료의 현재와 미래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허가까지 12년, 그리고 다시 12년
김 회장이 미국에서 습득한 기술은 퇴행성 관절염이나 근골격계 질환에 줄기세포를 주사로 이식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국내 허가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기준 자체가 없었다.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했다." 결국 2011년 허가된 신의료기술은 원래 목표보다 대폭 제한된 형태였다. 50세 이하 무릎 연골결손 환자에 한해, 관절경을 이용해 병변 부위에 직접 이식하는 방식으로만 인정받았다.
50세 이상의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 즉 이 치료가 가장 절실한 중장년 환자들은 제도권 밖에 남겨진 셈이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3년, 나이 제한이 사라지고 관절경 없이 주사로 이식하는 방식이 추가 허가됐다. 임상 성과도 그간 쌓아 올린 데이터로 말한다.
현재 80% 내외의 치료 효과를 보고 있으며, 적응증만 정확히 지키면 평균 7년 내외로 효과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임상적 결론이다.
무릎 관절 주사 치료 시장은 히알루론산과 스테로이드가 지배해왔다. 연골을 부드럽게 하고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대증적 접근이다. 콘쥬란이 여기에 염증 억제와 연골 보호라는 기전을 더했다면, 줄기세포 치료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기존 주사들이 통증을 관리하는 수준이라면, 줄기세포는 연골을 실제로 재생시키는 효과가 있다." 임상적으로 어느 정도의 연골 재생 효과가 확인되고 있으며 관절 내 염증 감소에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
PN과 줄기세포가 결합했을 때 관절 내 환경이 개선되고 염증이 억제돼 환자의 자기 관절 보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치료의 병용 가능성도 임상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첨생법 시대, 기회인가 옥상옥인가
2026년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첨생법' 개정안을 두고 재생의료 현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김 회장은 이 법이 당초 취지와 달리 오히려 현장의 발목을 잡는 '옥상옥'이 됐다고 평가했다. "의료기관의 자율성과 줄기세포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데, 예외 없이 모든 사안을 정부가 통제하려다 보니 현장에서는 오히려 규제로 작동하고 있다. 현장 목소리를 신속하게 반영해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한다."
신의료기술 허가 과정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신청을 하면 항상 안전성·유효성 논문을 요구하는데, 대규모 논문이 완성될 즈음에는 그 기술이 이미 임상에서 지나간 것이 되어버린다. 안전성이 어느 정도 입증되면 제한적으로라도 임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유연해져야 한다." 제도가 혁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쓴소리다.
개원가도 준비됐다, 막는 건 적응증의 벽
개원가 차원에서 줄기세포 세포 배양과 처리가 가능한 설비를 갖추는 것은 이미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설비와 인력을 갖추면 된다. 문제는 현재 세포 배양이 희귀·난치성 질환에 한해서만 연구 목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근골격계 관절염 환자들은 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설비의 문제가 아니라 적응증의 벽이 본질이라는 것이다.
김 회장의 요구는 분명하다. "일반적인 관절염이나 근골격계 통증 환자들이 보다 나은 줄기세포 치료를 광범위하게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데이터가 쌓이면, 한국이 재생의료 분야에서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재생치료의 원료를 둘러싼 기술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자가 지방에서 추출하는 지방 유래 줄기세포(ADMSC)는 채취가 상대적으로 쉽고 양도 풍부하다는 장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은 현시점에서의 한계를 분명히 했다. "치료 효과에 필요한 세포 수를 확보하려면 배양이 필수적이다. 원내 배양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설비와 인력 구축이 쉽지 않아 아직 보편적 치료로 보기는 이르다." 반면 골수 줄기세포는 풍부한 세포 수에 더해 엑소좀을 함유하고 있어 효과 면에서 현재로서는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세포 간 신호 전달 물질인 엑소좀을 활용한 무세포(Cell-free) 재생 치료도 차세대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 분야에서 직접 AI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정형외과 골절 위험도를 AI로 분석하는 공동 연구를 약 1년간 진행해왔으며, 이는 향후 정밀 재생의료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 작업이다.
엑소좀 자체는 국내에서 이미 안전성 임상을 마치고 본격 임상 진입 초기 단계에 있지만, "실제 임상 적용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어떤 줄기세포를 쓰든 치료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는 결국 하나다. 세포 수와 농도, 그리고 세포가 손상되지 않은 채 순수하게 추출되는 기술이다.
"추출·분리 과정에서 세포가 손상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양질의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 발전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산업계와의 협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그는 학술적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이오 분야에 과장된 발표가 적지 않고 이로 인한 사회적 불신도 크다. 의사 사회가 학문적 검증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10개의 아이디어 중 상품화되는 것이 하나에 불과한 현실에서, 임상 현장이 그 필터 역할을 해야 한다."
정형외과의사회, 개원가 '자정활동' 강화
재생치료에 대한 기대가 커질수록 무분별한 확산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졌다. "모든 관절염이 치료된다는 식의 홍보로 인한 부작용이 임상 현장에 분명히 존재한다." 의사회가 실질적인 제재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윤리위원회 회부 수준이 현재로서는 가능한 최대 수단입니다. 일부 회원들의 과도한 행위가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구조이지만 이를 강제할 방법이 제한돼 있다."
그럼에도 포기는 없다. "회원 대다수는 원칙을 지키며 진료하지만, 의사회 차원에서 윤리교육과 정확한 의학 정보 홍보를 강화해 치료 문화를 정화해 나갈 계획이다."
실손보험과 얽힌 과잉진료 논란을 차단하고 학술적 근거에 기반한 신뢰의 토대를 쌓는 것이 재생치료가 진정한 주류 의학으로 자리잡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수술 없이, 나이 제한 없이, 환자 자신의 세포로 관절을 되살린다는 개념은 16년 전만 해도 한국 의료계에서 낯선 언어였다. 이제 그 언어는 정형외과의 일상 어휘가 됐다. 염증을 다스리는 콘쥬란에서 시작해 연골을 직접 재생시키는 줄기세포로 이어지는 이 흐름은 단순한 치료 기술의 진화가 아니다.
통증 관리에서 조직 재생으로, 대증에서 원인으로, 수술에서 보존으로 이동하는 정형외과 치료 철학 전체의 전환이다. 법과 제도가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정부와의 대화가 쉽지 않은 현실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적응증 확대와 임상 데이터 표준화, 산업계와의 학술적 협업이라는 세 축이 맞물릴 때 한국 재생의료가 글로벌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확신이다. 그 기준을 누가,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앞으로 한국 재생의료의 수준을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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