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에이블테라퓨틱스의 음성 기반 인지평가 솔루션 '스픽(Spick)'이 국내 의료현장 상용화를 위한 막바지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음성만을 활용해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를 선별하는 인지평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허가를 획득한 데 이어, 신의료기술평가 유예를 통한 비급여 서비스 진입을 추진하면서 실제 의료기관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픽은 환자의 음성을 분석해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이다. 기존 인지기능 검사가 의료진과 환자가 직접 대면해 여러 문항을 수행하는 방식이라면, 스픽은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지기능 저하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형준 에이블테라퓨틱스 대표는 "지난 2월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이후 상용화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신의료기술 인정 이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 적용을 위한 심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의료기술평가 유예는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해 일정 기간 비급여로 임상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실제 의료현장에서 근거를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평가 유예가 결정되면 스픽은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실제 사용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김 대표는 "평가 유예를 받으면 2년 동안 비급여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Real World Evidence(RWE), 즉 실제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며 "이후 축적된 근거를 토대로 향후 건강보험 급여 적용 가능성을 판단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에이블테라퓨틱스는 평가 결과에 앞서 실제 의료현장에서 스픽을 활용하기 위한 준비에도 착수했다. 부평세림병원에서는 태블릿 기반 스픽을 활용한 데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면 태블릿을 통해 검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우선 무료로 서비스를 사용해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실제 병원 워크플로우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평가 유예 결과는 9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가 나오면 의료기관 도입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에이블테라퓨틱스는 서울성모병원과 성빈센트병원 등을 대상으로 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특히 서울성모병원을 주요 레퍼런스 병원으로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신경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인지평가 과정에서 어떤 검사 도구를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진료 워크플로우에 적용할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 대표는 "서울성모병원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 가운데 리딩 병원인 만큼 이곳에 들어가면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며 "성빈센트병원 역시 도입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에이블테라퓨틱스는 KHF 2026에서 스픽을 선보이기 전부터 여러 의료기관으로부터 제품 시연과 서비스 소개 요청을 받아왔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은 아니지만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역시 임상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픽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상급종합병원을 먼저 확보하면 이후 전국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데 순풍을 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픽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성과는 해외 임상에서 확인됐다. 에이블테라퓨틱스는 대만에서 330명을 대상으로 1차 임상을 진행했으며 약 77%의 정확도를 확인했다. 앞서 국내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약 75%의 정확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유사한 수준이다.
특히 대만 임상에서는 스픽의 '언어 독립적 알고리즘'이라는 기술적 특성을 확인했다. 한국어와 표준 중국어라는 서로 다른 언어 환경에서도 동일한 알고리즘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사용한 알고리즘과 대만 표준 중국어에 적용한 알고리즘은 동일하다"며 "언어가 달라져도 같은 알고리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스픽의 장점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에이블테라퓨틱스는 의료기기 버전을 중심으로 한 병원 진입뿐 아니라 일상적인 인지건강 관리 시장으로도 스픽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재 서비스는 크게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 버전과 태블릿을 활용해 일상에서 인지기능을 관리할 수 있는 헬스케어 버전,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전화 통화를 통해 인지 상태를 확인하는 'AI콜' 버전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건강검진센터는 의료기관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고시 범위와 별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별도의 시장으로 보고 있다. 에이블테라퓨틱스는 이미 한 건강검진센터의 도입이 상당 부분 확정된 상태로, 향후 전국 검진센터를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건강검진센터는 고시 범위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영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전국에 수천 개의 검진센터가 있는 만큼 충분히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의료기관 확대 속도는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결과와 함께 최종 고시 범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에이블테라퓨틱스는 1차 의료기관부터 2차 병원, 검진센터, 상급종합병원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신청했지만, 실제 허용 범위가 종합병원 이상으로 제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대표는 "고시가 어떤 범위로 나오느냐에 따라 영업 전략이 달라질 것"이라며 "1차 의료기관까지 사용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제안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국 스픽의 다음 단계는 '허가받은 기술'을 실제 의료현장에 안착시키는 것. 의료기관 레퍼런스 확보와 RWE 축적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병원용 의료기기에서 건강검진, 일상 인지관리, 독거노인 대상 AI콜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스픽이 '음성으로 치매를 선별하는 기술'을 넘어 실제 치매 조기선별 시장에서 하나의 검사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비급여 사용 기간 동안 얼마나 충분한 임상·실사용 근거를 확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급여권에 진입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린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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