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국내 에스테틱 시장은 10조원을 넘어섰고, 외국인 환자는 200만명을 돌파했으며, 시장은 패키지화·대형화된 네트워크 병의원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새로운 시장도 생겨나고 규모도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산업이든 압축 성장의 이면에는 그만큼 압축된 부작용이 쌓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번 편에서는 성장이 만들어낸 '잠재력'과 동시에 커지고 있는 '우려'를 진단하면서 근본적 해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성장이 만들어낸 것들...삶의질 향상 산업 규모 증가
비침습 시술의 대중화는 접근성 향상이라는 순기능을 낳았다. 과거 침습적 수술이 부담스러웠던 소비자층에게 리프팅·스킨부스터 등 회복 기간이 짧은 시술 옵션이 확대되면서, 미용 의료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35~50세 핵심 소비층뿐 아니라 시니어층의 안티에이징 수요, 남성 그루밍 시장까지 확장된 것은 그만큼 저변이 넓어졌다는 방증이다.
산업도 커졌다. 업계에서는 국내 에스테틱 참여 제약사만 50여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울쎄라·써마지·클래시스·제이시스메디칼·원텍·비올 등 에너지 기반 의료기기(EBD) 기업까지 더하면, 이 시장을 둘러싼 공급 생태계 규모는 전통 제약 산업 못지않다. 휴젤·메디톡스·대웅제약 등 톡신 3사의 글로벌 허가 확장 경쟁, 파마리서치·바임 등 스킨부스터 기업들의 고성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새로운 매출원을 제공하고 있다.

2025년 201만명을 넘어선 외국인 환자, 그중 피부과 방문이 약 70%를 차지하는 구조는 K-뷰티가 실질적인 의료관광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중국(137.5%↑), 대만(122.5%↑), 말레이시아(106.8%↑) 등 신흥 국적 유입의 급성장은 시장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피부과 의료관광의 확산은 K-뷰티 화장품 시장, 나아가 K-콘텐츠·K-팝과 연계된 문화적 후광효과와 맞물려 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26년 2분기에도 인바운드 관광객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이 흐름이 K-팝·K-뷰티 등 문화적 요인과 환율 효과에 힘입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긍정적 요소로 인해 여전히 에스테틱 산업과 의료기기 산업은 성장중이며, 기회를 통한 신제품 출시를 노리고 있다. 또 화장품으로 연계하며 컨슈머 시장으로 확대하는 전략으로 진화중이다. 게다가 국내 병원 성공산업을 해외로 이식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이런 긍정적 효과는 여전히 새로운 시장과 성장을 연계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긴다.
해외 병원 진출을 돕는 회사를 운영하는 케이닥 조승국 대표는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해외로 이식하는 작업을 해오면서 느끼는 것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라며 "에스테틱외에도 다른 우수한 기술도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그는 "국제 시장에서의 새로운 성장을 모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피부과로 가자" 필수의료의 외면 사회 문제
1편에서 확인했듯 국내 에스테틱 매출의 46%는 일반의(GP)가 운영하는 의원에서 발생한다. 피부과 전문의 운영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이는 역설적으로 '피부과 선택 쏠림' 현상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미용시장의 수익성이 커지면서 의대 졸업생들 사이에서 피부과 레지던트 경쟁률이 치솟는 동시에, 정작 시장의 절반 가까운 매출은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 의원에서 나오는 이중적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피부과·성형외과 등 비급여 중심 미용 진료로의 의사 인력 쏠림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난과 맞물려 논의되는 사안이다. 개원 시장에서 미용 지향 의원이 늘어나는 현상은 필수의료 담당 의료인력 확보라는 국가적 과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필수의료 인력의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편중 현상을 계속 두고볼 것인가 아니면 심각하게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메디칼타임즈 의대생 공모전에서 만난 한 의대생은 "솔직히 많은 의대생들이 쉽게 돈벌 수 있는 피부과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끊임없는 의료규제, 의료책임 형사처벌 등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제한적이다"고 토로했다.
개원가 빈익빈 부익도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7대 네트워크 병의원의 2025년 추정 매출 합계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된다(밴스 3000억원, 예쁨주의쁨 3000억원, 블리비 2325억원, 톡스앤필 2000억원 등). 반면 이런 규모의 마케팅 조직과 CRM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개인 의원들은 동일한 상권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마케팅 인력만 100명 이상을 운용하는 대형 네트워크와, 원장 한두 명이 운영하는 개인의원 사이의 경쟁은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기에 261개 지점 중 176개(67%)가 몰려 있는 지역 편중 현상 역시, 지방 개원가의 상대적 위축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 양극화로 이어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병원간 갈등, 투자 갈등, 법적 소송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수익을 감당해야 하는 의원들은 야간진료서 서슴치 않는다.

과대광고·보험진료 기피 현상 갈수록 심화
비급여 미용시술의 수익성이 급여 진료를 압도하면서, 개원가 전반에서 보험(급여) 진료를 기피하고 비급여 미용 진료로 전환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는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상정한 1차 의료전달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이미 강남 청담 신사 지역에서는 보험진료를 하지 않는 곳이 많다.
아울러 SNS·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한 공격적 광고 경쟁 속에서 시술 효과를 과장하거나 부작용 정보를 축소하는 형태의 과대광고 문제도 소비자단체와 의료계 일각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사안이다. 쓰레드(SNS의 일종)만 봐도 잘못된 시술과 부작용 정보가 넘치는데 이러한 문제점은 상당수 수면 아래로 감춰진다.
일부 치료제나 의료기기는 아직 장기적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결합시술(에너지 기반 기기+주입형 재생제+톡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 추적 데이터의 축적이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개인정보 유출문제도 심각하다. 얼마전 강남언니 플랫폼의 개인정보 21만여건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 전화번호, 생년월일 등 단순 인적 사항뿐만 아니라 개인의 외모 고민이나 건강 상태를 유추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또 시술명, 병원명, 의사명, 예약 희망 시간, 상담 동기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보상받을 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허가 규제가 없는 사체유래 제품도 범람하고 있다. 국회와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계까지 나서 수입 사체유래 콜라겐을 판매하고 이를 시술하는 행위를 우려하고 있다. 계속되는 우려에 정부가 제도개선을 시사하자 그전에 출시하겠다는 회사도 쏟아지는 형국이다. 한편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받았던 대만 중국에서는 언론에 회자되면서 이미지 악화도 우려된다.
한 개원의 원장은 "폭발적인 성장속에 항상 우려점이 존재한다.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완전히 안전하다는 시술은 있을 수 없다. 특히 비전문의 시술이 늘면서 부작용이 늘고, 이를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가자" 신약 개발을 외면하는 제약업계도 문제
산업발전 측면에서도 우려점이 나온다. '에스테틱 참여 제약사 50여개사'라는 숫자는 뒤집어 보면 그만큼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 개발이라는 본업 대신 '돈 되는' 미용시장으로 방향을 튼 결과이기도 하다.
업계 내부에서는 최근 수년 사이 "에스테틱 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통상 10년 이상의 기간과 조 단위 비용, 그리고 임상 실패 리스크가 뒤따르는 반면, 스킨부스터·필러·톡신 등 에스테틱 제품은 상대적으로 짧은 개발·인허가 주기로 즉각적인 매출과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파마리서치·바임처럼 스킨부스터 하나로 급성장한 기업들의 사례는, 신약 파이프라인 하나 없이도 시가총액 상위권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학습시킨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 흐름이 개별 기업의 합리적 선택을 넘어 산업 전체의 자원 배분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개발 인력과 투자 재원이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미용 제품 라인으로 옮겨가면,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약산업의 신약 개발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코스닥 시장에서는 신약 개발 바이오텍보다 에스테틱·미용 관련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더 후한 대접을 받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측되고 있고, 이는 다시 신규 투자와 우수 연구인력이 신약 개발보다 미용시장 쪽으로 쏠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통 제약사들조차 본업인 전문의약품(ETC) 파이프라인 투자를 유지하면서도, 별도 사업부나 자회사를 통해 에스테틱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신약개발 회사 대표는 "에스테틱 사업을 다루지 않는 회사가 없다. 이는 회사가 문제라는 점보다는 국가가 제약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견인이 부족하다보니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는게 맞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회사들이 몰리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K-바이오의 미래 먹거리는 신약"이라는 산업 담론과, "당장 돈이 되는 것은 에스테틱"이라는 시장의 현실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는 개별 기업의 경영 판단을 넘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장기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10조 시장, 다음 10년을 위한 과제

K-에스테틱은 분명 성공한 산업이다. 200만명의 외국인 환자, 10조원을 넘어선 시장 규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밸류체인 기업들은 이 산업이 '수출 가능한 K-콘텐츠'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성장의 지속가능성은 몇가지 숙제를 남겨놓았고, 이를 얼마나 풀어내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렸다는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진단이다.
대승적으로는 미용 진료로의 인력 쏠림이 필수의료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다. 외부자본 등에 의해 피부과 개원이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그만큼 필수의료과 개원은 줄고 있다. 따라서 삶의 질은 나아질지언정 동내병원에서 필수의료 치료는 어려워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또하나는 소비자 보호(과대광고·안전성 검증)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다. 무분별한 공장식 시술이 이뤄지는 만큼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고, 허가도 필요없는 약물의 등장, 일시적 효과에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분별한 시술로 이미지가 추락하는 순간 회복하기에는 많은 고통이 따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제약·바이오 업계의 연구개발 자원이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에스테틱 사업으로 과도하게 쏠리지 않도록, 신약 개발에 대한 유인 구조를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가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K-뷰티가 '반짝 성장'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직 피부과 진료 부원장은 "어떤 산업을 보더라도 성장통은 있다"라며 "특히 비의료인이 자본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의원을 운영하면 의료의 본질이 흐려지고 이는 결국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져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이런 문제는 규제나 제도로 보완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 이상주 회장은 "케이뷰티가 주목받는 이유를 요약하면 가격과 신뢰성이라고 볼 수 있다"며 "글로벌 시각에서 미용시술 비용은 저렴한다는 인식이 있고, 중국은 기술과 약물에 대한 신뢰성이 낮다. 일본은 미용치료에 대한 시장이 덜 형성돼 있다. 이런 좋은 장점이 있는 만큼 모든 산업이 고루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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