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고령화 사회를 대비하자
90년대 이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는 한국 사회의 큰 화두로 자리 잡았다. 정부는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를 준비하고 있으며, 의료계나 제약업계 등에서는 노인 의료 시장의 성장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노인전문병원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메디칼타임즈는 고령화 사회를 맞아 진행되는 정부 및 각계의 움직임과 쟁점에 대해 의료서비스 제공에 중심을 두고 살펴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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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의료가 중요하다
② 노인병원 빛과 그림자
③ 사각지대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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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과 국민연금만으로도 바람 잘날 없는 보건의료복지 분야에 또 하나의 시한폭탄이 폭발 시간 입력만을 남겨두고 있다. 바로 노인요양보험제도의 도입이다.
일부에서는 경제난뿐 아니라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사회보험의 폐지까지 주장하는 마당에 새로운 5대 보험을 도입하고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겠다는 노인요양보험제도는 대 사회적 논쟁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노태우 정부의 엉터리 추계에 따른 국민연금 도입과 이후 연금 수령액 인하에 따른 갈등,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 과정에서의 뼈아픈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정부가 다시금 노인요양보험제도를 들고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기하급수적인 노인 의료비 증가
2000년 기준으로 7.3%에 불과한 노인 인구(65세 이상) 비율은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나 2010년에는 10.7%, 2020년에는 15.1%, 2050년에는 노인 인구비율이 34.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00년 전체인구의 71.1%에서 2050년 55.1%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적은 생산연령 인구가 많은 노인들을 책임져야 할 시대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노인 의료비도 급격한 팽창이 불가피하다. 노인의료비는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건강보험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10% 미만의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비율은 매년 빠른 폭으로 증가해 95년도에 12.2%를 넘어 2001년도에는 17.8%, 2003년도에는 21.3%까지 확대됐다.
앞으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져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노인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2020년에는 30.1%, 2050년에는 53.5%, 2080년에는 58.7%까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것은 노인진료비의 상승으로 전체 의료비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서울대보건대학원에 의뢰해 시행한 ‘공공병원 확충방안 개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현 보건의료체계 유지 시 2050년경 국민의료비는 명목 GDP 대비 최저 21.3%에서 최고 33.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0년 기준으로 명목 GDP 대비 국민의료비는 5.5%이다. 이러한 막대한 의료비 지출은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늘리면서 국가 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해 결국 사회의 동시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의료 문제 손 못 대는 노인요양보험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초 심각한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공적노인요양보장추진기획단’ 구성했다. 4대 보험에서 5대 보험으로 넘어갈 노인요양보험 도입을 위한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기획단은 올해 초 노 대통령에게 노인요양보장체계 시안을 보고했으며 이후 실행위원회와 실무기획단을 다시 꾸려 시안을 가지고 전국 공청회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07년경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노인요양보험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노인요양보험(가칭)은 신체적·지적·정신적 질병 등에 처해 있는 노인에게 장기간에 걸쳐 보건·의료·요양·복지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는 서비스로 특히 요양과 복지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신 요양병원 및 요양병상, 치료적 간호서비스는 요양보험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이다. 기존 건강보험의 영역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적 부담도 크다.
그러나 의료계를 비롯한 일부에서는 이 부분에 지속적인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노인들의 치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반쪽자리 노인요양사회에 대한 우려이다.
이들은 크게 노인의료제공체계 확립이 분명하지 않은 점, 전문인력 으로서의 의사의 참여, 노인전문병원이나 요양병원에서의 간병비 등에 대한 급여 제공 등의 문제를 지적한다.
특히 요양병원이나 노인전문병원에서의 간병비 지원여부는 의료전달체계와 노인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의 중요한 사인이다. 경제능력이 없을뿐더러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부가서비스가 많은 노인 환자의 특성상 가장 큰 비급여 지출 요인인 간병비의 지원이 없다면 실질적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남의대 이정애 교수는 최근 공청회에서 “보험제도를 만들기 전에 우리 나라의 효율적 노인의료제공체계 확립이 우선”이라며 “노인요양보험은 보건의료서비스와 복지서비스의 연계가 관건인데, 현재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등의 전달체계와 역할, 기능이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이혜선 부위원장 역시 “노인병원에서 간병서비스가 급여로 제공되지 않으면 높은 진료비 때문에 노인들이 이용할 수 없다”며 “이 문제가 고려 안 되면 무늬만 노인요양보험제도서 밖에 인식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노인병원에서의 간병인 부분을 요양보험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당초 검토했으나 실행위원회 차원에서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 추진이 어렵다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노인요양보장과 관계자는 “큰 틀에서 노인병원이나 요양병상 부문은 건강보험의 요양급여에서 처리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간병비 문제는 장기적으로 요양보험이 아닌 건강보험 급여화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노인병전문의제 도입
노인요양보험의 도입에 있어 노인전문인력 양성 부문에도 의료적 서비스와 관련,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노인전문의에 대한 논의는 거의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노인병전문의제 도입과 관련, 의료계의 미지근한 반응을 지켜보면서 향후 시범사업을 거치면서 검토를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대한노인병학회 등에서는 노인환자를 전문적으로 돌볼 노인병 전문의제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론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의견 조율이 안된 상황이다.
노인병학회 관계자는 “복지부가 의협과 의학회 등에 노인병전문의제 도입에 관한 의견을 요청했으나 단체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내과의사회는 ‘대한노인내과학회’를 구성 개원의들에게 연수교육을 통한 일정한 시험을 거쳐 ‘노인병인정의’ 자격을 부여할 방침이다. 고령화 사회에 내과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심산이다.
대한노인병학회는 의료계까지 노인 문제에 관심이 넓혀진데 1차의료에서는 인정의 제도가 적절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전문의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노인병학회 윤종률 부회장은 “노인의학은 전문영역이며 노인들은 다양한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완치와 관리가 어렵다”며 “기존 가정의학과나 내과의사들이 쉽게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고 말한다. 노인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느냐는 것.
윤 부회장은 “중요한 것은 노인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장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노인환자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외국사례를 검토해 보면 노인병 전문의 제도와 관련해 인정의 형태와 일정기간의 수련을 거쳐야 자격을 부여하는 형태로 나눠져 있어 앞으로 팽팽한 논쟁이 예상된다.
일본은 노년의학회에서 노인병전문의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학회에서 연수 과정을 거친 후 시험에 합격한 회원에게 노인병 전문의를 인정한다. 노르웨이와 싱가포르 등도 일반 내과의 한 분야로 나눠져 운용되고 있다.
반면 영국은 1947년 노년의학을 전문과로 개설했으며, 호주와 아일랜드 등도 노년의학 전문의를 별도로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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