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의료기사들의 반란, 이대로는 안된다
간호사 단독법 제정 시도에 이어 최근 물리치료사협회가 의료기사에관한법률 개정 입법청원을 제기, 의료기사의 직업수행권을 보장받기 위한 몸부림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와 의협은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보다는 관련법 개정의 당위성을 부정하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의료기사들의 개정노력이 좌절될 경우 그들의 가시적인 실력행사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기사와 관련된 제도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해법은 무엇인지 집중분석해 본다.
----------<글 싣는 순서>-----------------
①의료기사 반란의 서막
②직업수행권을 둘러싼 쟁점
③본질적 문제와 의협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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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치료사협회는 이번 의기법 개정 입법청원이 단독개원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하게 묶여있는 지도규정을 개선하고 직업수행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의료기사관련법률 제1조의 '지도' 규정을 '의뢰'로 바꾸고 의사의 처방전을 바탕으로 일부 영업권을 비롯한 생존권을 보장받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쟁점1] 의료기사 단독개원, 국민건강 위협 논란=복지부와 의협은 의사의 지도규정을 의뢰로 바꾸게 되면 진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방지 및 응급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처 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국민 건강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물리치료사협회가 의기법 제9조의 “의료기사가 아니면 의료기사의 업무를 행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의료기사의 독자적인 의료행위 가능조항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이는 '의사의 지도'를 전제로 의료기사 자격이 없는 자에 의한 의료기사 업무를 금지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단독개원이 허용된 치과기공사는 행위 자체가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환자와 직접 대면이 없으므로 자의적 판단 등이 개입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예외조항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물리치료사협회 역시 국민건강이라는 공익을 전제로 논지를 펴고 있다. 또한 단독개원이 위험하다는 주장에 대해 세계물리치료사연맹의 대다수 국가에서 물리치료사의 단독진료와 영업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자료를 반박에 대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물치협은 "물리치료사가 의사의 의뢰에 의해서 행하는 독자적인 업무가 위험하다는 주장은 범 세계의 의사가 인정하고 있는 학문을 유독 우리나라 의사만이 보조자라고 격하시키면서 이를 부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에서 발급한 면허로 물리치료에 필요한 충분한 교육과정을 이수했으며 이미 40여년간 의사의 별다른 지도없이도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무리없이 물리치료에 임해왔다는 설명이다.
또한 "현재의 노인복지법 등 시설기준에 물리치료실을 갖추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사를 지도할 의사는 실제 촉탁의 제도로 지도규정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 재가노인 치료에 있어 물리치료사의 역할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현행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란은 물치협 입장에서 국가면허를 소유한 물리치료사를 의료기관이 사유화하고 있고 약사의 직능분업 처럼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의협은 물리치료를 의료의 보조적 행위로 독립적인 진료가 될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이 강한 것으로 정리된다.
[쟁점2] 지도규정 폐지, 의료비 상승 논란=의협은 의료기사의 지도규정을 폐지할 경우 분업을 예로 들며 급격한 의료비 상승을 의기법 개정 반대 이유의 하나로 들고 있다.
의협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에 제출한 의기법 개정 입법 반대의견서에 따르면 "의료기사까지 단독개원을 가능토록 할 경우 무분별한 검사 행위로 인하여 건강보험재정의 악화가 더욱 가속화되며, 건강보험제도 자체의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물리치료원을 별도 개원할 경우 재정절감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기관 설립에 따라 당연히 예상되는 시설유지비용 등을 제외한 것으로 눈속임에 불과한 계산수치"라고 반박했다.
의약분업 시행과 함께 약국관리료, 기본조제기술료, 복약지도료, 처방조제료, 직접조제료, 의약품관리료 등의 항목이 추가돼 재정적인 부담은 증가했으며 독자적인 기관 개설시에는 기관 운영에 관한 비용이 어떠한 형태로든 국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물리치료사협회는 현재 지속적인 물리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물리치료를 받기위해서는 재진료를 내고 의료기관을 내원해야만 받을 수 있는데 이를 개선해 가까운 물리치료실을 방문, 물리치료비만 내고 치료를 받는다면 재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물치협은 "물리치료비 보다 재진료가 거의 2배정도 높게 책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라며 "따라서 물리치료를 이유로 재진료 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과잉진료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절감효과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또 노인인구의 증가로 물리치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의료기관에서 치료의학 중심으로 지속한다면 보험재정 운영에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노인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나 노인시설을 통한 예방사업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점3] 의무고용제, "이미 시행" vs "어불성설"=물리치료사협회가 이번 의기법 개정 입법청원에서 의료기관에서 고용을 포기한 일부 물리치료사에 대한 단독개원을 주장함에 앞서 요구한 것이 바로 의무고용제 실시다.
물리치료사협회는 간호사의 경우 의료기간의 시설 인력기준에 포함돼 사실상 단독개원이 아니더라도 생존권과 직업수행권이 보장돼 있으나 의료기사는 의료기관의 70%에서 고용을 포기하고 있어도 제도적 규제가 없어 직업수행에 중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물치협은 "입법부가 공익을 목적으로 (의료기사)의 기본권을 제한했다 하더라고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어떤 방법이든 선택한 직업은 행사할 수 있도록 배려함은 당연하다"며 "특히, 보건 의료계는 국가의 통제를 받고 있는 직종으로 영업권을 제한함에 있어 의무고용제도를 배제한다면 실질적으로 선택한 직업은 무의미해 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사의 의무고용을 제도상 명기한다면 의료기관에서 고용을 포기한 경력 물리치료사의 단독개원 조항을 굳이 강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협은 이미 현행 건강보험법령 등은 물리치료사가 없다면 물리치료비용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의무고용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의협은 "(물리치료사협회가)전체 의료기관의 70%가 물리치료사의 고용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안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등 전체 의료기관의 70% 정도는 물리치료행위를 시행하지 않아 물리치료사의 고용필요성이 없는 관계로 물리치료사를 고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물치협은 의료법 시행규칙 제28조의 6 제2항 제3호는 '의료기관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각 진료과목별로 필요한 수의 의료기사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미 선택적 고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무고용제가 이미 실시되고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내과나 외과 등 전문의도 모두 의사임에도 불구 이들은 물리치료의 필요성이 없다고 고용을 포기, 물리치료사의 지도권이 박탈되는 것은 의료기사의 인권이 무시되고 있는 처사라는 것이다.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필수 수요가 아닌 물리치료사를 고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지만 물리치료사는 지도의 규정으로 묶여있고 고용기피는 직업수행권 박탈로 이어진다는 주장이기 때문에 논란의 핵심은 역시 제도에 대한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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