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3년째를 맞아 보건의료정책은 건강보험 재정안정에 기반한 의료공공성 강화, 노령사회 대비책, 의료산업화 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 과제를 바라보는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의 견해가 충돌하고 있어 상당한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출범 2돌을 맞아 보건의료정책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2003년 1조5천억원에 달하던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완전해소되고 지난해 말 757억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재정안정을 바탕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지난해 50%대에서 2008년까지 70%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박사는 24일 “정부는 올해 급여 확대를 위해 8천억원을 투입하고 매년 늘려나갈 예정이어서 보장성강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공동대표는 “참여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데 주력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비급여 폐지를 전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건강보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일례로 올해부터 MRI가 보험급여로 전환했지만 총진료비 4천억원 가운데 2천억원을 차지하는 디스크 상병은 여전히 비급여로 남아 있어 환자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연구원은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70%까지 확대한다고 하지만 재원조달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지만 공급자들을 쥐어짜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재정 확충과 의료 공급자에 대한 적정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입을 보존하기 위해 비보험분야를 개발할 수밖에 없고, 결국 또다시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임기내 공공의료를 10%에서 30%로 확대할 방침이지만 이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최 박사는 “공공의료 확충에 있어 인프라를 늘리는 것보다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의 통제를 받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의료 공공성이 100% 아니냐”면서 “의료 효율성을 높이려면 규제를 대폭 풀고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하기 위해 요양시설을 어떻게 확충하고 어떤 형태의 노인요양보험을 도입할지도 난제다.
최 박사는 “오는 2007년 노인요양보험을 도입하기 위해 올해 정기국회에 노인요양보험법이 상정될 예정이지만 문제는 현재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노인병원을 요양병원화하고, 민간의료기관들이 요양병원을 건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정부가 민간의료기관들이 노인요양병원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만 조성한다면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참여정부는 2008년 인천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 진출 등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지만 시민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강주성 공동대표는 “의료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며 “공공성과 보장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산업화를 병행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오히려 서비스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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