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는 산별교섭을 앞둔 병원 노사의 치열한 탐색전이 진행됐다.
“병원 사용자는 지난해 교섭에서 합의한 ‘사용자 단체’ 구성 약속을 조속히 지켜야 한다.”-이주호 정책기획실장
“산별교섭에서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이중쟁의행위가 실제로 발생해, 그로 인한 교섭비용의 손해를 병원이 떠안았다.” - 이성식 소화아동병원장
6일 한국언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차 병원산업 발전과 산별교섭 진전을 위한 병원노사 대토론회’에서는 2005년 산별교섭을 앞둔 병원 노사의 치열한 탐색전이 벌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이성식 소화아동병원장과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사용자단체 구성과 이중쟁위 행위, 임금 인상폭 등에서 팽팽한 시각차를 보이며 향후 교섭 진행과정에서의 논란을 예고했다.
사용자 단체 구성, 산별교섭 첫 쟁점
올해 산별교섭 시작에 앞서 노사가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사용자 단체 구성에 대한 입장 정리이다. 이 문제가 적절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산별교섭 초기부터 작년과 같은 공회전이 반복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먼저 발제에 나선 이주호 정책기획실장은 "사측의 대표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작년 산별교섭 합의사항이기도 한 사용자 단체 구성에 사용자측이 적극 나서야 한다“며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기획실장
이 실장은 “병협이 정관을 개정해 정식 사용자단체가 되는 것이 좋은 방법이지만 어렵다면, 병협에 교섭권과 체결권을 위임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그것도 아니라면 사용자들이 별도로 독자적 사용자단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성식 원장은 “일률적인 교섭형태는 병원의 특성, 규모별 근로조건의 차이로 인해 의견조율을 물론 공통된 안을 도출시키기가 쉽지 않다”면서 "특성과 격차가 고려된 교섭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의시간에 의견을 낸 이왕준 인천사랑병원장은 “사용자단체는 병협과 무관하게 사용자들이 독자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맞으며 과정에 있다”면서 “노조가 형식 논리에 근거한 사용자단체 구성에 고집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중 쟁의 안돼”-"사측 태도 바뀌어야“
산별교섭 쟁의와 별도로 지부에서도 쟁의를 진행하는 소위 ‘이중쟁위’에 대한 사용자측의 우려도 제기됐다.
이성식 원장은 "작년 산별교섭에서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이중쟁의행위가 실제로 발생했다"면서 "교섭비용의 손해를 고스란히 각 병원이 떠안는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산별교섭의 순기능이라던 교섭비용의 절감이 오히려 교섭기간이 길어지면서 증가되는 모순도 발생됐다"면서 "노조가 장점이라고 강조하던 교섭비용 절감을 위한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실장은 이에 대해 "사측은 이중파업은 안된다고 강조해놓고 실제 산별교섭에 집중하지 않아 노조가 다시 지부교섭과 파업을 할 수 밖에 없게 몰아가는 이중적 태도를 취했다"며 사측의 교섭태도가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임금 9.89% 인상안, 사용자 ‘힘들다‘
사측 대표로 참석한 이성식 소화아동병원장
이날 토론회에서는 산별교섭의 전초전답게 올해 교섭의 핵심 중 하나인 임금 등의 요구안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이주호 실장은 노조측의 요구안인 임금9.89% 인상안, 비정규직의 최소 정규직의 80% 수준 확보, 산별 최저임금 82만원 등을 제안했다.
또 토요일을 휴무로 하는 주5일제 도입, 노사 공동의 ‘산별임금체계 연구위원회 구성’, 무상의료 요구, 보건연대기금 조성 등도 요구했다.
이성식 원장은 이에 대해 "작년 산별교섭안에 이어 올해 교섭안을 보면서도 가슴이 답답했다“면서 ”병원산업이 매년 도산율이 10%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노조는 개별병원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조는 요구조건을 단순히 나열해 몇 가지만 얻어내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핵심 요구 조건을 들고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노동부와 복지부 관계자들이 토론회 패널로 참여했으나 정작 핵심부분에 대한 응답은 피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원보 노동사회연구원 이사장은 “사측은 작년 합의된 부분을 이행하고, 산별교섭에 끌려온다는 생각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충고했고, 노측에 대해서는 “기업별 파업의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서로 상호 노력에 따라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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