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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영화 교집합은 베푸는 사랑”

정인옥
발행날짜: 2005-04-20 06:52:52

삼성제일병원 영화사랑동호회

영화사랑동호회
영화는 누구나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락이고 이는 삼성제일병원내의 영화사랑 동호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하루 일과를 끝낸 후 뮤지컬이나 영화를 관람한다? 이는 가까이 있는 듯하나 막상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먼 일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문화관람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고 가족동반도 가능하다면 바쁘디 바쁜 시간을 쪼갤 틈이 보이긴 할 것같다.

병원동호회 격려 차원에서 결성된 영화사랑회는 한달에 한번 병원과 관련있거나 시사성 있는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처음에 영화가 좋아서 만들어진 모임이나 지금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돼 그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는 노연희 영화사랑회장은의 말에서 오락거리에서 격상된 영화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8일 관람한 뮤지컬 'I love you' 에서 사랑에 대한 믿음에 감동을 받았다는 회원들의 봉사에 지금은 환자들이 사랑의 감동을 받고 있다.

관람외에 남는 비용으로 치매노인마을에 의약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병원내 수영동호회와 함께 소년.소녀 가장 돕기를 통해 그들의 사랑을 베푸고 있었다.

또한 24시간을 병원에서 거주하다시피하는 레지던트의 경우 동호회는 만남의 장소요, 사랑의 기회라고 한다.

병원 식구들을 업무가 아닌 일상에서 만나 새롭고, 호감있는 이성이 있을 경우 동호회 임원에게 좌석 배치를 부탁해 뜻깊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전행정부원장인 이해곤 고문은 여성회원들과 영화 ‘창’을 보고 얼굴이 붉거지면서도 “좋은 영화입니다”라는 의미있는 말을 남겨 회원들에게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줬다.

공연장이나 극장에서 200여명의 표를 단체로 예매해 할인 혜택도 받지만 간혹 바쁜 스케줄로 참석을 못할 경우 임원진들이 암표상이 돼 티켓을 판매한 적도 있다고 한다.


#i3#오는 5월 영화 ‘안녕 형아’ 관람 계획을 갖고 있는 동호회는 앞으로 ‘어린이 극단’을 병원내에 초대해 모두가 함께하는 동호회로 환자들에게 한발짝 다가설 예정이다.

우리의 꿈은 칸영화제의 붉은 융단을 밟는 것이라고 외치는 노연희 회장,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는 전선영 총무, ‘주먹이 운다’를 통해 살아가는 느낌을 받았다는 한민경 회원 등 이들의 마음은 영화와 현실의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었다.




영화 감상문-'메멘토를 보고 나서' 마취통증의학과 윤희조 회원

메멘토를 본지도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 기묘한 미학은 가슴속에 남아 있다.

전직 보험 조사관이었던 주인공은 뇌의 손상으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아내에 대한 복수를 위해 조사를 하러 나서고 자신의 존재를 메모로 의지하러 하지만 판단이란 것이 여러 정황을 종합하여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이라는 점으로 보아 주인공은 단기기억증으로 판단의 근거를 잡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을 갖고 그는 확신에 찬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영화기법으로 결과는 있으나 판단의 근거가 부족한 주인공의 입장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결국 영화는 미스테리의 안과를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고 진행형인 상태에서 끝을 맺게 된다.

이것은 다른 한편 누가 범인이고 누가 주인공을 속였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쩌면 등장 인물의 대다수가 얽혀 있고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으로 대별될 수 없으며 주인공의 어쩌면 정당하고 동정심을 받을 만한 복수에의 의지도 과욕이며 무기력이 아니었나 되묻게 되는 것 같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내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미학의 강렬함과 독득함은 주인공의 단기 기억상실증이라는 독특한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도로를 열심히 달리고 잇으나 내가 왜 뛰는가를 모르고, 자신을 모욕하고 나간 여자에 대해 기억이 지워지기 전에 메모지를 찾으려는 처절한 노력과, 그 뒤에 여자가 들어와서 거짓말을 늘어 놓았을때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 이런데서 느껴지는 감정은 처절한 슬픈 것도 아니요, 안타까운 것도 아닌, 인생을 살면서 가끔 느끼는 감정이나 문학이나 다른 예술에서 잘 다루지 못했던 감정을 맛보게 해주었다.

인생을 살면서 맞이하는 병과 죽음만큼이나 단기 기억 상실증이 주인공과 관객인 나에게 주는 감정의 여파는 컸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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