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치 않은 이유로 약대 6년제 학제개편 공청회장을 변경함과 동시에 의협에 채워졌던 족쇄도 함께 풀렸다. 현상만 보면 교육부 스스로 화를 자초한 꼴이 됐다.
지난 6월 17일 의료계의 실력저지로 공청회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의협·약사회·교육부 등은 합의를 통해 실력저지 등 행사 방해의 재발방지와 연자로서 적극적인 협조 등을 합의하고 파기시 전적으로 의료계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당시 교육부 박융수 학사지원과장은 “의협에서 패널선정에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공청회에 참석하겠다는 의견을 전달, 이를 수용키로 했다” 며 “만약 5일 개최되는 공청회도 오늘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경우 모든 책임을 의협에 돌리겠다”고 말했다.
비공식적인 구두 논의로 공청회가 다시 무산될 경우 불가피하게 공청회 없이 서면답변으로 갈음한다는 의견이 오고갔다. 의료계는 약대 6년제 공청회를 연기시킨 반면 이같은 합의로 행동반경에 제한이 가해지는 상황이었다.
이에따라 의료계가 보여준 지난 6월 12~16일까지 일련의 행보는 일주일전에 공청회 개최가 통보된데 대해 분명한 논조로 실력 저지할 것임을 천명하고 또 지난 17일 이를 실천에 옮긴 것과 비교할 때 지난 6월 30일까지의 의료계 논조는 강력한 반면 신중했다.
사용된 용어를 빌리면 ‘약대 6년제 원천봉쇄, 회원 총동원령’ 등으로 공청회 실력저지라는 용어를 절묘하게 피했다.
그러나 1차 공청회 개최에서는 일주일전 통보로 의료계가 실력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데 이어 이번에는 교육부가 일방적인 장소이전통보를 진행, 합의사항의 부담스러운 의료계가 족쇄를 풀 수 있는 명분과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꼴이 됐다.
의협은 이에 ‘교대앞에서 회원여러분을 만나겠습니다’ 라는 내용의 회원 총동원령과 대규모 공청회 참석 및 약대 6년 반대집회 정도의 성격에서 ‘규탄대회’로 회의 성격을 더욱 강력하게 규정하고 강공을 펼칠 태세다.
교육부는 “교대총장까지 만나 장소제공을 요청했으나 난색을 표명해 장소를 물색할 수 밖에 없었다” 며 “긴급하게 장소를 물색하다보니 국사편찬위로 정하게 됐고 협소한 장소와 이전 실력저지 사태 등을 고려 인력을 제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번 공청회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고 추가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고 밝혔다.
교육부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 결과는 의료계가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수월한 기회를 제공하면서 화를 스스로 자처하게 된 형국이 됐다.
한편 지난 17일 공청회 실력저지 과정에서 의료계는 치밀한 계획에 비해 만족할 만한 성과였는지는 고민해볼 부분이다.
당시 의료계는 최소 2가지 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나는 강공, 또 하나는 치고 빠지기 전략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전자를 선택, 공청회 무산과 앞서 살핀 2개항 합의라는 결과가 나왔다. 후자는 일단 공청회 개최를 용인하고 추후 공청회를 한 번 더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1층 로비에서는 의협과 교육간의 이같은 논의가 있었다.
토론자 일부가 공청회가 연기된 줄 알고 사라진 상태였고 의료계가 공청회를 진행토록 자진 농성을 정리하더라도 공청회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점을 파악, 후자의 선택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성과는 있었지만 최상의 결과물은 아니었다” 며 더 이상 전후사정을 말해주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어찌됐건 의료계는 또 한번의 기회를 갖게 됐다. 또 약대 6년제 학제개편 논쟁이 더욱 뜨거워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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