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과 인간성은 무슨 연관관계가 있을까. 스파르타식 경영으로 국립암센터를 이끌어온 박재갑 전원장의 인간적인 모습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19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박재갑 전원장(사진)이 지난 3월 퇴임전 의료진과 갖은 마지막 컨퍼런스에서 눈물을 보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암센터 한 관계자는 “컨퍼런스에 참석한 박 전원장이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평소 의료진과 활발한 대화를 나누던 모습과 달리 눈물을 보여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며 “환송회와 이임식도 하지 않고 조용히 떠난 박 전원장의 모습을 상당수 직원들이 새롭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미 알려진대로 박재갑 전원장은 국립암센터 초대 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지난 6년간 예산, 인사, 기획 등 모든 분야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며 전직원을 호령해왔다.
대외적으로는 흡연과 암의 관계를 알리는 금연 전도사를 자처하며 관련부처부터 청와대까지 설득하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양성자치료기와 암검진지원센터 등 수 천 억원의 예산을 이끌어내는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실제로 당시 기획예산처 모 장관과 지속적으로 산행을 같이하면서 예산지원을 설득했고 DJ 정부시절 청와대 대통령 보고에서 암정책의 문제점을 강력히 제기해 참모진을 당황시켰으며, 국정감사시 일부 국회의원들의 생색내기용 비판을 역으로 호통치는 당당함을 보이는 등 정책추진에 숨겨진 많은 스토리가 전해지고 있다.
반면, 청소년층의 금연장려를 위해 의과대학 입학시 흡연여부를 합격에 반영하자는 의대학장단과의 회의와 본인의 의사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이 영입한 보직자를 인사조치한 부분 등은 주관적이고 독선적인 박재갑식 경영철학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 국립암센터 한 간부는 “박재갑 원장은 지난 6년간 화장지부터 환자복 및 각종 기자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품 구입을 손수 체크해 부서장 모두가 지쳐 여러 차례 기진맥진했다”며 “직원 대부분이 박 원장의 카리스마에 혀를 내둘렀으나 초대 원장으로 암센터의 안정화에 자신을 희생하는 정신에는 존경을 표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모습을 보여온 박재갑 전원장은 환송회와 이임식을 사양한채 본인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글을 암센터 홈페이지에 올린채 본래 위치인 서울대병원으로 돌아갔다.
‘독재자’-‘책임경영 본보기’ 등 상반된 평가 여전
이임사에서 그는 “국립암센터는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된 국립기관으로 우리들은 고용 노동자”라고 전제하고 “재임기간 동안 부족한 저에게 기관장의 예우를 하여 주고 일치단결하여 국립암센터를 세계최고 암센터로 발전시킨 전직원에게 머리숙여 깊이 감사드린다”며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했다.
박재갑 원장의 퇴임이 3개월이 지났으나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독재자’ ‘완벽주의자’ ‘비인간적 인물’ 등의 호된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희생과 헌신’ ‘책임경영의 본보기’ 등의 격려성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의대 한 동기는 “학창시절부터 꼼꼼한 성격으로 모든 일을 본인이 직접 챙기는 완벽주의적 성격을 지녔다”며 “박 교수가 다소 무리하게 추진한 부분도 있으나 서류에 사인만하는 보직자가 아닌 욕먹을 각오로 일하는 사람이 조직을 발전시킨다”고 말해 박재갑식 경영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앞서 국립암센터 유근영 신임원장도 “앞으로 새롭게 추진할 암 관련 정책을 위해서는 박재갑 전원장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언급하고 “예산배정 등 관련부처 설득을 위해 박 원장을 비롯한 모든 인력 풀을 가동할 방침”이라며 전임 원장에 대한 강한 신뢰를 피력한 바 있다.
서울대병원으로 돌아온 박재갑 전원장은 6년이라는 긴 보직기간에 쏟아부은 열정을 뒤로한채 외과분야 평교수로서 조용한 일생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대병원에 재직중인 서울의대 동기(73년졸)인 성상철 원장을 비롯하여 박영배(내과), 강순범(산부인과), 서정기(소아과), 조수철(신경정신과), 이명철(핵의학과), 하성환(방사선종양학과) 등 교수들은 오는 21일 낮 대학로 한 식당에서 국립암센터 수장직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박재갑 교수에 대한 뒤늦은(?) 환영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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