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시범사업을 거쳐 2010년부터 국립과 민간의 전체 암센터를 평가할 방침이다.
그러나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가 너무 많고, 중복평가가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어 향후 실제 평가가 시행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6일 ‘암전문의료기관 평가체계 개발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국립암센터 박재현 암정책지원과장은 ‘암전문의료기관평가의 개요 및 평가체제 구축방안’ 발표를 통해 “암진료의 질 향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어 국립암센터와 9개 지역암센터, 민간 대형암센터의 질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암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료기관이 질 높은 암의 진단, 치료, 환자 관리 등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구조, 과정, 결과 측면을 평가해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자발적인 질 향상을 유도하고 평가결과를 공표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국립 및 민간 암센터 1차적 평가 영역은 △항암치료서비스 및 약제서비스 △방사선치료서비스 △신체증상관리서비스 △재활의료서비스 △심리사회적 지지서비스 △암전문간호서비스 △암등록 △임상시험 △암위원회 등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암센터 구조적 측면: 필수 인력, 시설, 장비, 전문성 △과정적 측면: 지침서 구비 여부, 지침서 준수 여부, 질 향상 프로그램 시행, 전문성 유지를 위한 교육 여부 △결과적 측면 평가: 중증도 보정 암 사망률 평가 등이 대상이다.
또 평가 결과는 의료기관평가 체계와 동일하게 각 영역별 점수화(A,B,C,C)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할 방침이다.
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평가지표와 평가방법을 개발해 2008년 국립암센터, 2009년 국립암센터 및 지역암센터를 대상으로 시범적용한 뒤 2010년 민간 암센터를 포함해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에 대해 보건산업진흥원 이신호 보건의료산업단장은 “암진료의료기관의 인력, 시설, 장비, 지침 등을 평가하겠다는 것인데 현재 의료기관평가가 비판을 받은 이유 중의 하나도 시설 위주라는 것”이라면서 “이런 점에서 평가기준에 대한 비판 소지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신호 단장은 “암센터 평가를 통해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이렇게 수가를 올리면 국민의료비 증가와 보험료 인상 등이 유발되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화여대 이선희(예방의학교실) 교수 역시 암전문의료기관평가가 의료기관평가의 문제를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선희 교수는 “의료기관평가가 짧은 준비 기간에 기준을 마련해 의료기관에 배포하면서 혼란과 어려움이 따랐다”면서 “암센터 평가를 하려면 차별성과 전문성을 가져야 하며 단기간에 기준을 마련해 평가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암진료와 관련된 지침은 전문가들의 합의가 우선 선행돼야 하며, 이를 의료기관에 적용한 후 결과를 평가해야 하는데 일정상 무리이며,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만든 지침을 평가한다면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암센터를 평가하는 이유는 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정책적인 지원과 연계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의 수용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의료기관에 대한 각종 평가가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암센터 평가가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의대 이진석(의료관리학교실) 조교수는 “심평원의 급여적정성평가, 요양기관평가, 응급의료기관평가, 한방평가, 치과평가, 공공의료기관평가 등 여기저기서 병원을 상대로 평가를 하고 있어 평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이 교수는 “여기에다 암센터평가까지 하면 병원으로서는 업무가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국가암정책 부응도 등 기존 평가틀과 차별화되지 않는다면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한마디로 암센터평가 지표가 의료기관평가와 평가 방법이 90% 이상 비슷하기 때문에 의료기관평가 항목에 추가하면 되지 굳이 독립적인 평가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복지부도 이런 지적이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복지부 오진희 암정책팀장은 “의료기관은 진료를 하는 곳이지 평가를 받는 기관이 아닌데 평가가 너무 많고, 평가지표가 중복적이어서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청회 일부 참석자들은 정부가 암센터의 인력, 시설, 장비 등을 평가하려면 마땅히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해 의료기관평가처럼 평가만 하고 지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앞으로 의견수렴을 더 거쳐 구체적인 평가지표를 확정할 예정이지만 앞서 제기된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평가를 위한 평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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