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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구법 즉각 폐기돼야

박경철
발행날짜: 2004-11-29 10:33:29

'시골의사' 박경철 (신세계 연합클리닉 원장)

대한민국 의료계에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드디어 '경제자유구역의 지정및 운영에 관한 법률중 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제 여권이 다수를 점한 국회에서 이 법률안이 통과 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이법이 통과되면 대한민국은 일등국민과 이등국민으로 나뉘고, 의료는 고급의료와 저질의료로 나뉘게 된다.

인간은 존엄성을 누릴 권리가 있고, 그에따라 대한민국 국민의 존엄성도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인간 존엄성의 가장 근본되는 것은 생명이다. 그런데 만약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로 나누고, 구해야 할 목숨과,죽어도 좋을 목숨으로 나누는 세상이 온다면, 그것은 더이상 국민의 존엄성을 보호하려는 국가가 아니다.

이번에 국회에 상정된 정부안의 의미는 자못 심각하다.

아울러 이법안의 배경과, 이 법안에 찬성하는 이의 계산법은 사뭇 복잡하다.

사실 이 법안의 일차적 수혜자는 정부와 거대자본이다, 특구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정책을 마련한 정부는 겉으로 내세우는 의료의 발전따위에는 하등의 관심이 없다, 정부의 관심은 오로지 지방발전 공약에 따른 특구의 성공뿐이다.

지금 정부는 경제특구에 외국인 투자가 저조하다는 사실에 노심초사하고 있다.(대한민국 정부는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러 왔다가 아플때 제대로 치료를 못받을까 두려워 경제특구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한다는 뜻이다)

사실 정부가 이 법안을 상정한 이유는 오로지 경제특구의 외국인 투자율이라는 통계상의 수치를 맞추기 위해 내국인 진료를 허용 한다는 사실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사실은 외국병원이 국내에 들어와서 내국인을 상대로 국부를 빼가라고 애원하고 있는것이며, 그렇게 해서라도 특구에 무엇인가 투자되는 시늉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다)

사실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외국계 특구병원 설립허용에 박수를 치는 트리오가 있다.

먼저 여기에는 외국계 병원과 합작을 통해 공식적인 병원장사를 하려는 거대 자본의 꿈이 실려있고, 두번째로 특구의 외국기업 유치 실적으로 통계가 잡히는 병원 투자자금 수억불에( 사실 그것도 내국인 자금이겠지만) 정부는 정책적 승리를 구가하는 것이며, 세번째로 이참에 형평성을 내세워 차제에 국내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을 이끌어내려는 일부 병원재벌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현 의사협회 집행부의 이익이 삼박자로 들어맞는것이다.

그러나, 이들 트리오의 삼박자에 피눈물을 흘리게 되는 사람은 일반국민이다.

경제특구에 병원이 들어서서, 부자들의 생명의 고귀함을 특별하게 지켜주는 대신, 그곳을 이용하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 4조원을 투입해 공공의료를 확충한다는 정부의 안은 그야말로 정부가 국민을 얼마나 바보로 보고 있는지를 여실히 나타내준다.

앞으로는 경제특구에 들어선 병원에서 수백,수천만원을 들여서라도 무한정의 선제적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국민들에 비해, 허울좋은 공공의료의 확대로 제한된 의료를 제공받을 삼류 국민들의 생명권은 이제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벌어지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수준 그자체는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처럼 국제적으로도 초일류수준임에도, 실제 임상에서 질환의 조기발견율과 치료율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이유는 바로 재정안정화라는 이름으로 의료를 통제하는 괴물의 검은손 때문이다.

현재도 한쪽에서는 조기진단을 해서 오래살겠다고 수백만원짜리 건강진단을 받는 사람과, 아무리 정도가 심해도 기침을 시작한지 보름은 지나야 가슴사진 한장 찍을 수 있고, 위장 장애가 적은 소염진통제보다 며칠만 먹어도 위벽이 벌겋게 헐어버리는 싸구려 약을 우선 처방받아야 하는 삼류국민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제 이법이 통과되면 서민은 노동으로 몸이 부숴지고, 디스크로 기어다녀도 한달에 이주이상 물리치료를 받아서는 안되지만, 반대편 툭구 병원에서는 캡슐형 내시경으로 진단 받고, 마이크로 로봇으로 수술받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이렇듯 현재도 재정안정화란 명분으로 금연을 위해 담배값을 인상하는 논리를 의료에 적용하는 대한민국에서( 본인부담금 인상 논란), 소위 허울좋은 공공의료가 확대되고 민간의료는 감히 문턱을 넘을 수 없을 정도로 고급화된다면 이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가 되는것인가?

의사협회도 마찬가지다.

현 의협집행부는 배부른자의 기득권 논리만 가득하다, 의료계의 주류논리에 매몰된 의협집행부는 이러한 사태를 예견하면서도, 주류의사들의 경제적 이익과 업권보호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과정에서 엉터리 공공의료의 포위망에 갇혀 쓰러져 갈 국민들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 담겨져 있단 말인가?

경제특구법은 즉각 폐기되어야한다.

만약 이법안이 통과된다면 뜻있는 의사들이 시민단체와 같이 머리띠를 매고 의사당 앞에서 단식농성을 해서라도 법안을 저지해야한다, 지난 의약분업때 우리가 선택했던 파업이 단순한 밥그릇챙기기가 아니었다면, 진정 그것이 우리가 억울하게 매도당한 것이었다면, 이제 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의사들이 명분을 잡고 투쟁에 나서야한다.

누가 뭐래도 의사는 이나라 의료의 지킴이가 아니던가?

아울러 우리는 이 법안이 통과되건 되지않건, 이 법안에 서명한 관료들과 의원들에게 자기 자신과 가족들이 질병에 걸렸을 때, 절대로 편법을 쓰지않고, 현재 이나라의 힘없는 백성들이 적용받고 있는 의료보험 진료기준대로 ( 추후에는 공공의료의 진료기준) 진료받을 것을 약속 할 것을 요구하자,

그리고 기다려보자. 과연 앞으로 여론이 누구의 손을 들어 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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