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필명'시골의사'로 통하는 박경철 외과전문의는 국내 최고의 사이버애널리스트로 MBN 주식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식시장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인정받고 있다.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이의 "성학집요"에는 " 임금이 있으려면 나라가 먼저 있어야 하고, 나라가 있으려면 백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 임금은 백성을 하늘처럼 여겨야 하지만 백성이 하늘로 여기는 것은 먹을 양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성이 백성이 그들의 하늘을 잃으면 나라가 의지 할 곳이 없게 됨은 불변의 진리이다"고 했다.
공자가 여러나라를 다니다가 다른나라보다 백성이 많은 나라를 지나게되자 이렇게 말한다 "백성이 참 많도다" 이에 제자 염유가 묻기를 그렇다면 "백성에게 무엇부터 해주어야 하겠습니까?" 이에 공자는"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어야지" 라고 답한다, 이에 다시 염유가 묻기를 "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주어야 합니까?" 공자가 답하기를 " 가르쳐야지" 라고 말한다,
이렇듯, 중국에서던 우리나라에서던 백성을 위하는 위정자의 근본은 먹고 사는것을 해결해 주는것이 제일이요, 윤리도덕을 가르치고 질서를 유지해주는 것을 다음으로 여겼다.
춘추전국시대이래 이러한 사상은 확고하게 이어져, 무릇 나라의 백성이 많고 적음이 임금의 덕의 크기와 같은 것이며. 기근이나, 전염병으로 사망자가 늘어나거나, 혹은 치세가 박덕하거나 탐관오리가가 득세하여 백성들이 이웃나라로 도망을 해서 인구가 줄어들면 임금의 덕이 부족한 것으로 여기는 관행이 자리잡는다.
때문에 역사속에서 왕조가 교체되거나, 역성 혁명이 일어나는 시기는 대개 기근이나,학정으로 인구수가 줄어들어 나라의 생산력이 떨어지는 시기와 일치한다.
이번에 보건복지부에서 자연분만에 대한 의료보험진료비를 전액 무상으로 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머지않아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수준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사실 우리나라 저출산 추세는 이미 구조적으로 굳어졌고, 머지않아 이로부터 위기가 발생 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 문제가 산모의 출산 비용이 아까워서 일어나는 현상인지, 혹은 아이를 낳아서 기르기가 힘에 부치는 세상이어서 일어나는 현상인지를 생각해보면 그 답은 너무나 뻔 한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당장 내 한몸 먹고 살 수도 없는 사람이 오백만이다, 그런데 과연 아이를 더 낳아서 그아이들의 미래에 안심 할 수있는 부모가 몇명쯤 되겠는가 말이다, 즉 저출산의 원인은 공자나 이이의 말씀처럼 나라가 나라답지 못해서 백성들이 먹고살기 어렵게만든 때문이지 산모들의 출산비가 아까워서 생긴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니 이 문제에 대해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그렇지 않아도 출산률저하로 산부인과가 위기에 빠져있는데 산부인과의 적자보전에 대한 대책은 전혀 무시하고, 정부가 전혀 실효성도 없는 엉뚱한 정책만을 내놓은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가진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산부인과 개원의 협의회는 이번 복지부의 발표를 전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것은 너무나 멋지고 장한일이며 대단히 훌륭한 일이다.
사실 복지부의 정책이 얄팍한 것임은 사실이다, 어차피 산부인과 분만 수가가 강아지분만 비용의 1/3 밖에 되지않는 기가막힌 현실에서, 정부 발표대로 의료보험부분의 본인부담금을 전액 무상으로 한다고해도(식대나 초음파등의 비보험 항목은 본인 부담이다), 실제 환자의 혜택은 몇만원 수준도 되지않을 것이다.
사실 이성적으로 과연 몇만원의 금액 차이때문에 제왕절개를 포기하고 자연분만을 택할 산모가 몇명이나 될지, 아울러 분만비를 몇만원 아낄수 있기 때문에 아이를 하나 더 놓고 싶은 가정이 몇이나 될지에 대한 냉소가 충분히 나올 수 있지만, 그래도 성숙한 집단의 입장표시란 항상 명분을 먼저 살펴야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자연분만 비용의 무상화가 단 한명의 아이도 더 낳는 결과가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조치의 상징적 메시지는(자연분만과, 출산 유도) 상당하다, 그것은 지금 우리나라의 미래가 출산율에 달려있다시피 한 상황에서, "출산율의 제고"를 위한 정책은 그 시작만으로도 상당한 명분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장 내가 힘들더라도, 공익과 명분에서 우선되는 사안에 대해 자기이익의 목소리를 낮추고, 오히려 "환영"입장을 발표할 수 있었던 산부인과 선생님들의 결정은 참으로 훌륭하고 빛나는 결정이었다.
이제 이로서 오히려 앞으로 어려운 여건을 토로하면서, 의료보험 제도의 불합리성을 이야기하는 산부인과의 주장은 더욱 당당해 질 수 있고, 또 사회로부터 그것이 바른 길이라는 공감대를 얻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만약 산부인과 의사들이 지금과 같은 열악한 보험체제에서 이대로 방치된다면, 조만간 우리 귀중한 후손들의 출산이나, 곧 도래 할 노인사회에서 할머니들의 자궁암치료는 누가 감당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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