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시험대 오른 전공의 수급정책
2010년도 전공의 모집에서도 지방 대학병원들과 중소형 수련병원들의 미달사태가 지속됐다. 특히 일부 병원들은 수년째 전공의를 뽑지 못해 수련기능이 마비되는 결과를 맞아 충격을 더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뒤틀린 전공의 수급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배출되는 의사수와 전공의 정원간의 불균형이 원천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전공의 수급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예고된 재앙…꼬여가는 수급 불균형
(하) 전공의 수급정책 대수술이 필요하다
최근 뒤틀린 수급정책으로 전공의 미달사태가 가속화되자 정부와 의료계도 위기감을 느끼며 대안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각자의 이해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며 해법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결국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의료계, 전공의 정원 손질 나서…해법찾기에는 난항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와 의협, 의학회 등 범 의료계는 현재 전공의 수급정책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범 의료계 TFT'를 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보다 전공의 정원수가 점점 더 많아지는 수급불균형으로 수련병원 상당수가 미달사태를 맞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결국 힘을 합쳐 손질에 나선 것이다.
범 의료계 TF팀 관계자는 "수년전부터 일고 있는 전공의 수급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에 의료계 모두가 위기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TF팀을 구성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전공의 정원조절을 위한 '범 의료계 TF팀'에는 의료계 각 직능단체들이 대부분 참여할 예정이다. 의사, 특히 전문의 수급안은 의료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TF는 서울의대 왕규창 교수와 가톨릭의대 김성훈 교수를 필두로 대한의사협회를 비롯, 대한의학회, 개원의협의회 등 각 관련단체 대표들이 모두 참여해 전공의 수급정책의 큰 틀을 결정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전공의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만 모두가 공감하고 있을 뿐 이에 대한 해법은 제각각인 상태에 있어 과연 협의안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TF팀에 참여중인 관계자는 "사실 수련병원 입장에서는 한명이라도 전공의를 더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각 학회들은 정원을 조정하고 싶어 하고 병원들은 정원을 받고 싶어하니 의견조율이 쉽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현재까지 논의된 방안 중 우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의견은 수련병원마다 전공의 정원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가령 장기적 관점에서 전공의 정원을 3000명으로 맞춰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모든 수련병원이 5%씩 전공의 정원을 줄이는 방안.
하지만 이 방안은 수련환경과 질에 대한 평가없이 절대평가로 진행되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대학병원급 의료기관들의 반발이 일 수 있다.
또 하나의 유력한 방안은 수련병원 자격을 높이는 것이다. 병원 신임평가를 통해 수련환경이 일정 기준에 미달될 경우 계속해서 퇴출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도 중소형 수련병원들의 극한 반발이 예상되며 자격을 어느 정도까지 높일 것인가에 대한 또 다른 갈등이 불가피해 선뜻 꺼내지 못하고 있는 카드다.
TF팀 수장을 맡은 왕규창 교수는 "사실 전공의 정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수많은 갈등이 불가피한 일"이라며 "가능한 수련의 질을 담보하고 전공의 교육과 의료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로 방향을 잡아보려 하고 있지만 묘안이 마땅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단순한 정원조정은 단기처방…큰틀에서 논의해야"
그러나 이러한 정원조정조차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원론적인 회의론도 상당하다. 단순하게 정원만 조정해서 현재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은 일차원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공동 팀장을 맡은 김성훈 교수는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는 현재 의료인 양성체계가 가진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일어 더욱 시급하다"며 "한국에 이렇게 많은 전문의가 필요한지부터 의사수가 적정한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정한 의사수와 전문의수를 산출하고 이에 맞춰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는 작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과연 전공의를 많이 뽑는 병원의 정원을 줄이면 지방 수련병원들의 수급상황이 나아질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고 싶다"며 "현재 일고 있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수련제도 문제의 아주 작은 일각일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인위적으로 정원만 건드려서는 단기처방만 지속할 뿐"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큰 틀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뿐만 아니라 수련제도의 구조적 불합리성을 바로잡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방향타를 쥐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는 섣부르게 전공의 정원에 손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의료환경에 맞춰 일정 부분의 조정은 필요하겠지만 그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각도의 연구와 의견조율이 필요하다는 것.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전문의 수를 비롯한 의사자원은 국민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며 "단순히 눈앞에 상황만 보고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연구와 논의를 통해 적정한 의사수와 전문의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의료계는 물론, 국민적 합의를 통해 적정한 의료자원의 공급과 배분을 맞춰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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