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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환불 무효 판결의 의미와 파장

현두륜 변호사
발행날짜: 2010-04-01 06:44:26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26일 서울대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환불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 서울대병원의 승소를 선고하였다.

이 사건은 원외처방 약제비와 임의비급여 문제가 혼합된 사건으로서, 실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70세가 넘은 고령의 여자 환자가 2007년 3월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후 서울대병원에서 그 다음달부터 2008년 8월 26일까지 통원치료를 받았다.

서울대병원의 주치의인 L교수는 환자가 고령의 비흡연가이기 때문에 이레사를 처방하는 게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당시 요양급여기준은 폐암 환자들에게 이레사를 1차로 투여하였을 경우, 건강보험으로 인정해 주지 않고 있었다.

그에 따라, 주치의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환자와 그 보호자들을 불러서 따로 면담을 하면서 향후 치료방법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당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여명은 6개월 정도로 예상되었다. 치료방법으로 항암화학요법, 항암화학요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이레사를 처방하는 방법이 있는데, 환자가 고령의 비흡연가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레사를 바로 투여하는 것이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1차 요법으로 이레사를 처방하는 경우 항암화학요법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으나,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되기 때문에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그렇지만, 주치의는 의사로서의 양심상 이 방법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결국 환자와 그 보호자들은 부작용이 많고 환자가 힘들어 하는 항암화학요법을 거부하고, 바로 이레사를 투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주치의에게는 그 비용을 전부 환자측이 부담할 테니, 비급여로 처방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에 따라 주치의는 이레사정을 15회에 걸쳐 원외 처방하였고, 환자는 그 약값 3,000여만원을 약국에 지불하였다.

이레사를 처방한 후 환자는 예상했던 여명기간을 초과한 2008년 11월 사망하였다.

그런데, 사망 후 환자의 가족 중 1인이 심평원에 진료비 민원을 제기하였다. 심평원에서는 이레사정 처방이 급여기준에 위반되었다고 판단하고, 서울대병원으로 하여금 약값 3,000만원을 환자에게 환불하라는 통보를 하였다.

위 사건에서 서울행정법원은 ‘비록 요양기관이 관계법령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임의료 진료행위를 하여 수진자로 하여금 비용을 부담케 하였더라도 그 돈이 당해 요양기관이 아닌 제3자에게 지급된 것이라면 당해 요양기관으로서는 징수한 금액이 없으므로, 국민건강보험법 제43조의2 제3항에 따른 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은 '피고로서도 그 요양기관을 상대로 비용 반환을 통보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하면서, 심평원의 진료비 환불처분은 법률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기존 심평원이나 보험공단의 실무 관행은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한 환자와 병원간의 진료비 부담 약정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고, 그로 인하여 환자가 부담한 진료비를 환자에게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 원외처방으로 인하여 환자가 병원이 아닌 약국에 지불한 약제비에 있어서도, 처방전을 발행한 병원에 그 비용을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병원이 진료비를 환불하지 아니하면, 보험공단은 병원에 지급할 할 차기 요양급여비용에서 공제하여 해당 진료비를 환자에게 반환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원외처방과 관련된 이러한 실무 관행이 법률상 근거가 없는 무효인 처분임일 확인하였다는 점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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