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의료강국들과 경쟁을 펼쳐 국제학회를 유치했던 학회들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공정경쟁규약과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면서 후원이 급격히 줄어 학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학회들은 자칫 행사가 취소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하소연할 틈도 없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내에 의학회가 태동한지 반세기. 그동안 국내 의학계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선진국에 의술을 배우러 떠났던 의사들은 이제 세계를 호령하는 영향력 있는 학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고 이들에게 의술을 배우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젊은 의사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이렇듯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끝에 우리나라는 세계속에서 의료 선진국으로 우뚝섰고 이는 곧 세계학회 유치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성과에 의사들의 자부심도 상당하다. 이제 퇴임을 앞두고 있는 혹은 퇴임한 교수들은 자신이 외국을 떠돌며 의술을 배우던 때를 떠올리며 세계 학회 유치를 뿌듯해하고 물심양면으로 이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한 자긍심의 결정체인 세계학회가 정부의 채찍질에 날아갈 상황이 됐으니 이들의 상실감은 충분히 예상할 만하지 않은가.
물론 제약사들의 후원없이 세계학회를 개최할 수는 없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또한 의사와 제약사간의 불건전한 리베이트는 근절돼야 하는 것은 분명한 진리다.
그러나 한가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분명하다. 과연 세계학회에 대한 후원을 막아 생기는 공익적인 이득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과의 무게는 견줘볼 필요가 있다.
국제학회는 세계 각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인 의사들과 그의 가족들이 수천명씩 방한하는 행사다.
그렇기에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국제학회를 유치하기 위해 다각도로 의학회들을 독려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의학자들이 가장 서운함을 느끼는 것도 이 부분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도움없이도 스스로 일으켜온 성과물인 세계학회에 도움은 못줄망정 어떻게 초를 칠수 있냐는 것이다.
과거 세계 의학계를 주름잡았던 일본. 제약산업의 유통을 투명화하겠다며 지난 10여년간 제약사의 학회지원을 묶어놨던 결과가 어떠했는지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10년후의 모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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