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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약국 심야 운영 거부… 시범사업 '혼선'

발행날짜: 2010-07-20 06:59:31

시행 이틀 전 약국 명단 바뀌어…"현실적 한계" 지적

|르포| 심야응급약국시범사업 현장을 가다

대한약사회가 적극 추진 중인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 첫날, 20일 0시 20분경 경기도 부천시 A약국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인근의 또 다른 약국도 사정은 마찬가지. 약국이 위치한 빌딩 전체가 소등된 상태였다.

같은 시각 서울시 영등포구 B약국. 이곳 또한 문은 닫혀있었다.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대한 안내문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당초 대한약사회가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 명단에 포함된 약국들. 약사회의 계획대로라면 해당 약국들은 심야까지 불을 밝혔겠지만 해당 약국에서 이를 끝까지 거부해 결국 시범사업에서 제외됐다.

앞서 시범사업 명단에 속했던 일부 약국들은 이를 거부, 결국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대한약사회는 19일부터 24시간 운영하는 레드마크 약국 51개소, 새벽 2시까지 운영하는 블루마크 30개소를 각각 지정,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초 시범사업에 참여키로 했던 약국들이 대폭 빠져나가면서 지난 17일, 수정된 심야응급약국 명단을 다시 공개했다.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대한약사회는 일반약 슈퍼판매 대항마로 이번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막상, 상당수 회원들은 현실적인 문제로 이번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모 약사회 관계자는 “솔직히 24시간 약국을 운영하려면 회원 보호차원에서 CCTV등 보완시설을 갖추는 등 세부적인 지침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전준비 없이 급하게 진행됐다”며 “특히 홀로 약사의 경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누가 선뜻 나설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범사업에 참여한 약국에서는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불을 밝히고 있었지만 약국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뜸해 시범사업은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20일 0시 40분, 마포구 C약국. 밝게 불을 밝히고 여약사 2명이 약국을 지켰지만 약국을 찾는 발길은 뜸했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인근에 편의점과 슈퍼로 향했다.

심지어 중랑구, 양천구, 강서구 등 일부 지역은 시범사업 시행 전날 오후 늦게까지도 지원 약사가 나타나지 않아 시범사업 참여 약국조차 정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중랑구약사회의 경우 회원들의 지원이 없어 결국 첫날 시범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오는 21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이번 시범사업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

중랑구약사회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을 두고 회원들 사이에서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저녁 8시면 문을 닫고 퇴근했던 약사들이 갑자기 새벽 2시까지 유지하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마포에 위차한 약국. 문을 열었지만 약국을 찾는 발길은 뜸했다.
그나마 기존에 심야 약국이 있던 지역은 다행인 편. 강남구는 기존에 24시간 약국을 운영하던 약국이 3곳 있어 이를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강남구약사회 관계자는 “강남이라는 특성상 주변에 호텔이 많고 야간에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아 실제로 낮보다 밤에 매출이 높은 지역”이라며 “이 곳은 시범사업이 아니더라도 지역특성에 맞게 자연적으로 심야 약국이 발생한 곳으로 시범사업 또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구 약사회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지 무리하게 강요에 의해 시작된 시범사업이 계속 이어질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약사들을 예비군훈련에 동원 시키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서는 회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약사회 관계자는 “심야응급약국의 참여 여부에서 중요한 것은 약사들의 자발적인 참여인데 외부 강요에 의한 참여로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범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다.

강동구약사회는 지난 7월 1일부터 심야응급약국 2곳을 선정해 시범적으로 운영한 결과 이번 사업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몇 일간 지켜본 결과 생각보다 환자가 많지 않고 늦은 시간이다 보니 술 취한 취객이 대부분이었다는 게 강동구약사회 측의 설명이다.

강동구약사회 박근희 회장은 “일단 대한약사회의 지침에 적극 동참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약사의 경우 늦은 밤에 홀로 약국을 지키는 것은 치안문제 등 위험요소가 많다”며 “일부 당번제(약국 한곳을 지정해두고 약사들이 순번제로 약국을 지키는 것)또한 약화사고, 약분실 문제 등으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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