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평가 인증제는 JCI(미국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와의 질적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04년부터 300병상 이상 병원을 대상으로 강제 시행된 의료기관평가가 올해 11월부터 병원의 자율적 신청을 전제로 한 인증제로 전환되면서 관심사 중의 하나가 이것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추진단도 JCI를 의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의료기관평가인증추진단 이규식 단장은 29일 ‘인증제도 설명회’에서 “의료기관평가 인증제도가 JCI 수준이 되느냐는 의료기관의 협조에 달려있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다.
또 이 단장은 “일각에서 인증제가 JCI의 인증기준과 조사방법을 모방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선진적 인증제도들은 공통적으로 포괄화된 기준, 진료과정 중심의 기준, 추적조사방식을 선택하고 있는데 이는 의료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 달성에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JCI가 한국의 의료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이 단장은 “인증제는 기존 의료기관평가의 단점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했다”면서 “특히 미국과의 진료과정의 차이 등을 기준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의료기관평가인증추진단 김영인(가톨릭의대) 분과위원 역시 이날 설명회에서 “JCI 인증을 받기 위해 시설과 장비를 보완하려면 국내 병원들은 다 망한다”면서 “인증제에서는 의료기관의 과도한 투자를 유도하는 구조, 시설, 장비 관련 문항을 가능한 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기관평가 인증제가 한국 실정에 맞는 선진형이라고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결국 시장의 선택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세브란스병원, 고대 안암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화순전남대병원, 인하대병원 등이 JCI 인증을 받은 상태다.
서울성모병원은 29일 의료기관평가 인증제 설명회가 열리기 직전 JCI 본부로부터 전 부문 인증 통보를 받아 인증추진단의 아픈 부위를 다시 한번 건드렸다.
다만 이들 대형병원은 의료기관평가 인증제의 틀이 갖춰지기 전에 JCI 인증 신청을 한 기관들이어서 두 인증제도를 비교해 선택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아직 JCI 인증 신청을 하지 않은 대형병원들이 의료기관평가 인증에 만족하느냐가 1차적인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물론 의료기관평가 인증제가 의료기관 자율 선택에 맡긴다고 하지만 대형병원들은 인증을 받지 않으면 상급종합병원 지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평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대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는 JCI가 국내 의료현실에 적합하지 않고, 인증 비용이 과다하다는 점 등을 들어 인증 신청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서울아산병원 등 적지 않은 대형병원들은 현재 JCI 인증 신청을 할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중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글로벌 스탠다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JCI 인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30일 “병원의 시스템이 세계 표준에 적합한지 전분야를 점검하고 있고, JCI가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올해부터 의료기관평가 인증제가 시행되는 만큼 두 제도를 면밀히 검토해 국내 인증을 받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JCI 인증을 받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평가 인증제는 서울아산병원 등의 대형병원들이 이 것만으로도 국제적인 신뢰를 획득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다면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와 달리 의료기관평가 인증제의 '1%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대거 JCI 인증 신청 대열에 합류한다면 그야말로 1, 2기 의료기관평가에 버금가는 불신에 직면할 수 있다.
의료기관평가 인증제에 대한 대형병원들의 평가는 내년 이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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