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잇따라 열린 내과개원의사회와 개원의협의회 학술대회는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는 개원가에 대한 우려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 그대로 드러났다. 내과의사회에서는 대형병원들의 진료비 독식현상을 막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대개협 학술대회는 최신 술기 보다는 병원경영, 재테크 달인 되기 등의 연제가 말해주듯 주로 경영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한 개원의는 "지금 개원의들은 진료현장에서 배운 것의 5%도 써먹지 못한다. 형식적인 학술대회보다 더 내실 있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어쩌다 개원가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건보수가, 대형병원들의 환자 싹쓸이, 의료인 과잉공급 등 열손가락으로 꼽아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게 모두 개원의들의 하소연이다. 이들의 건의는 크게 두 가지다. 건보수가를 현실화하고 잘못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제도를 시행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비관적이다. 건보수가는 약품비 절감 부대조건에 발목이 잡혀 오히려 깎일 처지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도 지지부진 언제쯤 결론이 나올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금 의사협회가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집행부와 시도의사회장들은 엇박자를 내고 있고 구성원들끼리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며 고소와 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로 물고 뜯느라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꼴이다. 개원가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비상구가 될 수 있는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을 두고도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료계 모든 구성원들이 일치단결해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자꾸만 불협화음을 내며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한계 상황에 있는 개원가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의료계가 일치단결해 싸워야 한다. 갈등과 반목은 급한 불을 끄고 난 뒤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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