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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권리 찾자' 팔걷은 전공의…병협 불참 빈축

발행날짜: 2012-10-08 06:27:38

노조 포럼, 3시간여 열띤 토론…"노동자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전공의 노조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임자가 필수다. 또한 상급 노조에 가입해 세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공의 노조 활성화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조언한 방법이다.

최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제1회 전공의 노조 포럼에서는 노조의 기틀을 만들고 협상권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들이 논의됐다.

하지만 포럼 하루 전까지 참석 의사를 보였던 대한병원협회는 돌연 불참의사를 전해 빈축을 샀다.

"살인적인 근무시간…노조만이 해답이다"

이날 포럼은 우선 전공의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했다. 전공의 노조의 필요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회찬 새진보정당추진회의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평균 노동시간이 연간 2500시간인데 아마도 전공의들은 연간 5천시간을 훨씬 넘어갈 것"이라며 "하지만 전공의 스스로도 자신을 노동자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운을 띄웠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오랜 기간 이어져온 의사들의 직업적 특성으로 표현했다.

노 회장은 "의사는 늘 희생과 봉사에 익숙하지만 권리라는 용어는 매우 생소하게 받아들인다"며 "한번도 권리에 대한 주장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제는 이러한 권리를 찾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선한수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도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전공의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전공의 폭행이 뜬다"며 "하지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학승 전 전공의 노조 위원장은 "전공의 스스로 우리는 노동자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의사로서 자존심과 쟁의행위에 대한 거부감을 버리고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임자 확보가 최우선 과제…적극적 연대 필요

전공의 노조가 기틀을 잡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들도 이어졌다. 단순히 노조 활성화라는 뜬구금 잡는 목표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유지현 위원장은 "노조는 요구로 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며 "전공의 노조도 서둘러 구체적인 노동조건, 임금, 교육환경 개선 등의 요구사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그는 "특히 노동조합의 꽃은 바로 전임자로, 모든 노조에는 전임자 확보가 성패를 좌우한다"며 "레지던트 5년차, 6년차를 각오하고 희생하는 전임자가 있어야만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학승 전 위원장도 "병협과 노조 전임자 문제를 먼저 담판져야 한다"며 "노조 전임활동을 수련의 일부로 인정해줘야 전임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상급노조는 물론, 의사협회, 보건의료노조 등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선한수 이사는 "우선 전공의 노조는 단일 직종 산별노조가 목표"라며 "하지만 양대 노총에 가입해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유지현 위원장은 "전공의 노조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의협과의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어 보건의료노조, 양대 노총, 정당, 시민사회단체, 국제연대와 차례로 연대를 맺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분명한 것은 대한병원협회와 정부는 연대 대상이 아닌 교섭 대상이라는 것"이라며 "이를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병협, 돌연 불참선언…교섭 가능성 과제

하지만 사실상 향후 교섭 대상자인 대한병원협회와 보건복지부 등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옥의 티로 남았다.

특히 포럼에 참석하기로 했던 대한병원협회 김필수 법제이사가 급작스럽게 불참을 통보하면서 빈축을 샀다.

대전협 관계자는 "포럼 하루 전날 갑자기 병협에서 불참을 통보했다"며 "뚜렷한 이유도 알리지 않아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김필수 법제이사가 SNS를 통해 전공의 노조를 지지한다는 언급을 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으며 불참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학승 전 위원장은 "병원협회가 포럼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매우 섭섭하다"며 "다음 포럼에는 꼭 참석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연 병협이 전공의 노조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 가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결국 수련환경 개선의 열쇠는 병협과 복지부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한 인사는 "결국 전공의 노조는 병협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며 "그 이외의 문제는 모두 부차적인 부분에 불과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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