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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협상 결렬, 오만한 강자의 횡포 때문"

발행날짜: 2012-10-18 22:13:50

전국의사총연합 성명서 "결렬을 전제로한 협상" 비판

내년도 수가협상 결렬과 관련 전국의사총연합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억압적이고 일방적인 태도에 비판 목소리를 가했다.

건보공단 측의 낮은 수가 인상률과 성분명처방 및 총액계약제 제시는 협상 보다는 결렬을 전제로 한 오만한 협상 태도라는 것이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전국의사총연합 성명서
대한민국 의료는 이미 죽었다.

어제 밤늦게까지 지속된 올해 의협의 수가협상도 어이없이 낮은 수가 인상률 제시와 성분명처방 및 총액계약제의 제시라는 건보공단측의의 결렬을 전제로 한 오만한 협상 자세로 결국 또 다시 건정심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건보공단측 협상진의 변함 없는 오만한 협상 태도도 문제이지만 건정심이라는 일방통행식의 비민주적인 단두대를 무기로 삼은 강자의 횡포는 여전했다. 다만 이제 의료계가 이 인민재판식의 비민주적 폭력의 단두대에 오르는 일을 언제 멈출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할 일만 남았다. 이미 탈퇴한 건정심의 지속적인 거부 뿐 아니라 초저수가 체계 자체의 거부에 대한 결단을 내릴 때가 드디어 다가왔다. 대한민국 의료의 하늘은 이미 죽은지 오래이며 하늘이 무너진지도 한참이나 지났다.

단일보험체계의 강제지정과 초저수가 체제의 치명적 부작용으로 의료계 곳곳은 이미 오래전부터 썩어들어 가고 있다. 살인적 초저수가로 인해 대학병원들은 단지 생존만을 위해 장례식장, 편의점, 식당 임대로 수익을 올려 진료부분의 적자를 메우지 않으면 안되는 벼랑으로 내몰려 연구중심의 대학병원이라는 꿈과 같은 이상은 이미 쓰레기 매립장으로 보내진지 오래이다. 오로지 생존만을 위한 무한경쟁은 대학병원이 환자유치 경쟁으로 일차의료기관을 위협하는 구조를 만들게 되고 이는 자연스레 개원가의 몰락, 지방 대학병원의 몰락을 가져오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거대한 초저수가 체계는 이를 지탱하기 위한 저임금 노동구조로 인해 전공의들의 노예와 같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속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전공의들은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마땅한 기본적인 근로시간마저 보장받지 못한 채로 장기간 피로에 쩌든 채로 진료를 강제 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높아진 의료사고의 확률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동네 개원의들은 초저수가로 인해 환자당 3분 이상 보험 진료를 보면 병원유지가 힘든 지경이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비보험 진료를 개발해 근근히 생계를 유지해야만 한다. 폐업하는 동네 의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생계를 비관하여 자살하는 개원의가 해마다 속출하고 있다. 대학병원은 기본적인 연구투자도 제대로 못한 채로 최신 로봇수술 같은 비보험 영역을 도입하는 것을 더 이상 부끄러워할 처지가 아닌 지경이다. 이런 저런 초저수가의 폐혜와 부작용은 더 이상 언급한다면 입만 아플 뿐이다.

정작 가장 큰 문제는 현정부가 이 초저수가 체제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개선에 대한 일말의 노력도 없이 오로지 이 책임이 의료계에게만 있는 것처럼 과대 포장과 확대 선전을 일관하며 자신들의 잘못을 치졸하게 남에게 덮어씌우며 수직적이고 고압적인 행정을 지속해 왔다는 점이다. 리베이트 쌍벌제라는 위헌적인 법안을 강제하여 마치 모든 의사들이 범죄자인 듯한 인식을 세간에 의도적으로 확대생산 시켰으며, 오로지 비용절감만을 위해 환자와 의료계에 모든 희생을 전가시키는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을 밀어붙이면서도 또 다시 의사들만이 의료 체계 문제의 원흉인 듯 허위선전과 치졸한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기에 급급했다. 보험공단은 수진자조회로 마치 진료현장의 모든 의사가 잠재적으로 허위청구를 할 범죄자인듯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관계를 깨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이 나라의 현실이다.

현정부의 비상식적인 일방통행식 행정은 응급실 전문의진료 강제 법안을 밀어붙일 때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의료계의 올바른 지적에는 귀를 막은 채 선시행을 강제한 후 지킬 수 없는 폭력적인 법안의 현실성이 없음이 점점 드러나자 처벌을 유예하는 웃지 못할 촌극을 벌이며 현장을 모르는 아마츄어 행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정도라면 단지 소통이 되지 않는 일방통행식 행정의 스타일의 문제 정도가 아니라 한 나라의 의료에 대한 기본적인 현황파악조차도 못하는 자질의 문제마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행정을 하는 자의 성격이 오만하여 전문가 집단의 의견에 무조건 귀를 막으며 매도하는 경우 과연 그 나라의 미래가 있겠는가 묻고 싶다. 제약산업 선진화라는 주제로 보복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장밋빛 보고를 올리는 자리에도 정작 미래에 오리지날 신약을 개발하고 임상효과를 입증하는 실무를 담당하게 될 의사들을 대표하는 의사협회장은 초청을 받지 못하는 게 현정부의 오만방자한 아마츄어 행정을 드러내는 좋은 일례다. 도대체 세계 어느 나라에 이런 웃지 못할 촌극의 예가 있겠는가?

현정부가 이런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며 일방적으로 의료계를 매도해온 것도 모자라 이젠 의료계 전체를 노예 계층으로 내몰게 될 성분명처방 및 총액계약제의 공식적인 의지 천명으로 인해 오히려 의료계가 가야할 길은 별다른 고민 없이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초저수가 체제를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 의료의 하늘은 이미 죽었으며(蒼天旣死) 새로운 의료의 하늘을 우리 의료계가 지금 제시해야 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다가왔음을 자각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매번 변하지 않는 정부의 고압적인 태도는 의약분업 파업투쟁 이후 우리 의료계가 스스로 자강하지 못하고 각직역 및 과별로 분열하며 힘을 키우고 모으는데 소홀히 했음에 가장 큰 원인이 있음을 깨달아야 하며, 단 한 번의 파업의 기회에서도 대열을 유지하지 못하고 이탈자가 속출하며 이후 납득이 가지 않는 파업의 철회 후에도 대오를 다시 정비하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 앉은 과거의 뼈아픈 실수를 앞으로의 투쟁의 길에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단지 조금 더 던져주는 수가의 먹이만을 물고 물러나 만족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더 이상의 비상식적인 초저수가 체제를 거부하며 새로운 의료체계를 제시하여 나아가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는 한 우리의 결단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멍에를 후배 의사들과 국민들에게 넘기지 않기 위한 결단으로 우리는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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