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아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이 현지조사 실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자신 명의로 자료제출을 요구해도 문제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심평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등법원 5민사부는 현지조사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A 의원 K 원장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복지부·심평원 및 그 소속직원의 불법행위에 기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앞서 K 원장은 현지조사를 담당한 직원의 불법행위 및 심평원·복지부의 사용자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K 원장은 심평원 소속직원에 대해 ▲현지조사 보조자인 심평원 소속직원이 자신 명의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대상기간을 연장하는 등 월권행위를 한 점 ▲진료방해 ▲전자차트를 작성·보관해 본인부담금수납대장 제출의무가 없음에도 제출을 명한 점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K 원장은 복지부 소속직원도 ▲정당한 사유 없이 현지조사에 참여하지 않아 심평원 소속직원이 불법행위를 저지르도록 방치했다며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K 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심평원 소속직원에 대해 ▲복지부 인원부족으로 심평원 소속직원이 주로 현장실무 처리하고 복지부 소속직원은 사전·사후보고 받는 방법으로 지휘·감독하는 것이 실무운용 상황인 점 ▲업무방해, 명예훼손 사건에 관해 검찰의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점 등을 청구 기각의 이유로 설명했다.
더불어 ▲전자차트에 전자서명이 돼 있지 않고 실제로 전자차트와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이 불일치해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을 요구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춰 불법행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K 원장은 상고를 포기했으며 판결은 자동으로 확정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심평원 수행 현지조사에 대해 법원이 주체, 조사과정이 적법했음을 확인해 줬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됐다 할지라도 그 기판력에 의해 당해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재확인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K 원장 "현지조사 적법? 현실적인 요소 고려한 판결"
하지만 K 원장은 이번 판결이 현지조사 주체 및 조사과정이 적법했음을 확인한 것이라기보다, 복지부 소속직원의 인력부족, 관행화 된 실무운용 등 현실적인 요소를 재판부가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K 원장은 "1심에서 법원은 실사과정에서의 위법이 어느정도 인정은 되지만, 실사를 진행한 공무원의 심각하고 고의적인 위법이 있어야만 공무원에 의한 배상을 시킬 수 있다고 판결하며 청구를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심 당시 판결에 인용된 대법원 판례가 너무도 비상식적인 판례였다"며 "1심이 인용한 대법원 판례를 깨뜨리기 위해 2심을 했던 것인데 결국 패소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K 원장은 심평원 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K 원장은 상고를 포기했으며 판결은 확정됐다'고 밝힌 내용에는 왜곡된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K 원장은 "상고를 포기한 이유는 1심과 2심의 결론이 같고 배상액이 4억 미만인 항고는 대부분 기각한다는 대법원의 룰을 전해 들었다"며 "같은 판례가 대법원에서 기각당해 아예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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