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가 큰 효과가 있다는 임상 결과가 세계 최초로 나오면서 향후 처방 패턴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ARB제제의 효능이 입증되지 않아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내원하면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를 처방하는 것이 공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한주용·양정훈 교수팀은 국내 5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다기관 연구를 통해 ARB제제가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라는 임상 결과를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특히 심기능이 보존된 환자는 ARB약물이 표준 치료제인 ACE와 유사한 결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한주용, 양정훈 교수팀은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 53개 기관에 등록된 ST분절 상승 급성 심근경색 환자 중 응급 치료를 받고 심기능이 보존된(심박출량 40% 이상) 환자 6698명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ARB계열 약물을 쓴 환자 1185명 중 심혈관계 사망 또는 심근경색이 재발한 경우는 1.8%(21명)로 ACEi계열 약물을 쓴 환자군의 비율 1.7%(4564명 중 77명)와 비슷했다.
반면 이들 약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 3.5%가 심혈관계 사망 또는 심근경색이 재발했다. ARB 또는 ACEi 계열 약물을 복용한 그룹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수치를 보인 것이다.
최근 급성 심근경색 환자들 대부분이 응급치료를 받아 심기능이 보존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 부작용은 줄인 ARB제제가 대체 약물로 충분하다는 임상 결과를 얻어낸 셈이다.
그동안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내원하면 환자의 막힌 심장혈관을 뚫어준 뒤 ACEi계열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표준적 치료였다.
심근경색의 재발을 막고 심장 기능의 보존과 회복을 통해 궁극적으로 심혈관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인 환자에게 ACEi계열 약물을 투여하면 10명 중 5명은 마른기침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들 중 마른기침이 심한 환자들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상생활 중 말을 하는 것조차 힘든 경우가 많아 대체 약물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부 의사들은 ARB계열 약물을 환자들에게 투여해 왔으나 학계에서 심근경색 환자에서 효과가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주용, 양정훈 교수팀이 심기능이 보존되어 있는 환자의 경우 ARB계열 약물이 ACEi계열 약물과 동일한 효과를 거두면서 부작용이 없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면서 이러한 논란은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한주용 교수는 "우리나라와 같이 ACEi계열 약물 사용 후 기침 등의 부작용이 많은 경우 ARB계열이 많이 사용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없어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로 ARB제제에 대한 명확한 임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향후 보다 많은 심근경색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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