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부는 물론, 대한의사협회와 시민단체까지 전공의 특별법에 힘을 실어주면서 법안 제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작 수련 주체인 대한병원협회는 관련 토론회에도 불참하는 등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법안 제정 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과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2일 국회 제1세미나실에서 전공의 처우 및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국회, 정부, 전문가들 전공의 특별법 필요성 공감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들과 의협, 대전협을 비롯해 시민단체들도 모두 전공의 특별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조속히 법안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전공의가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를 하며 대학병원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비상식적인 문제"라며 "학습으로도, 노동으로도 지나친 부분이 있다"고 운을 띄웠다.
김용익 의원은 "하지만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토론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책적인 보조가 필요한 만큼 당 차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도 의대 교수 출신으로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정림 의원은 "교수 시절부터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도했지만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며 "벌써 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과제로 남아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국회와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전공의 특별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수련환경 개선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공통된 의견이다.
임인석 의협 학술이사는 "전공의 특별법은 오로지 전공의들을 위한 법이 아니라 꼬여있는 실타래 같은 의료계의 문제를 푸는 첫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경영과 수련은 분명 독립돼야 하는 만큼 수련평가기구는 반드시 독립해야 한다"며 "의정협의에서 합의된 부분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공의 문제 정부 책임 강화해야" 전문가들 한목소리
전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 빨리 정부가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방침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힘든 문제라는 지적이다.
강청희 의협 상근부회장은 "의권 회복은 전공의로부터 시작해야 하며 특별법 제정은 국가적인 책무"라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수련병원 인센티브와 수가 지원 등 지원대책과 더불어 교육비 지원 등에 대한 국가적 재정 지원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이에 힘을 보탰다.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수련환경 개선은 하루 빨리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병원이 전공의의 노동력에 의존해 굴러가고 있는 것은 일반 환자 입장에서도 부당한 측면이 있다"며 "전공의는 공공성의 관점에서 정부의 책임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전공의 수련 과정을 민간에 위임하고 방치하고 있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독립적인 평가기구를 신설하는 등 특별법에서 담고 있는 감시와 평가 기능은 분명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러한 책임에 공감했다. 전공의 특별법 또한 큰 맥락에서 충분히 필요성에 대해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임을기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수련환경 개선이라는 큰 맥락에서 특별법의 조항들에 대해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의 힘 만으로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수련환경 개선은 정부의 의지와 병원계, 전공의들의 협조가 더해져야 진행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일선 현장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정부 또한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협회 불참에 집중 포화 "안타깝고 유감"
이렇듯 국회와 정부, 전문가들 모두 전공의 특별법 제정과 수련환경 개선에 의견을 모으면서 자연스레 이를 반대하고 있는 대한병원협회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병협이 의협과 대전협의 요청에도 토론회 참석을 거부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용익 의원은 "수련환경 개선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는 자리에 병협이 참여하지 않아 안타깝다"며 "함께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최재욱 고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각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 병협의 의견이 개진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며 "적어도 병협이 나와 병원계가 원하는 사안을 함께 논의하고 머리를 맞댔어야 하는 것 아닌가"고 꼬집었다.
다른 전문가들도 모두가 병협의 불참에 대해 눈총을 보냈다. 이견이 있더라도 최소한 논의의 장에는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강청희 의협 상근부회장은 "수련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수련 비용을 병원에서 부담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에 대해 병협이 함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하는데 아예 자리에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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