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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전공의 20시간을 옮겼을까

발행날짜: 2016-12-23 11:59:42
전공의특별법 시행되면서 각 수련병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주당 100시간이 넘던 근무시간을 하루 아침에 80시간으로 조정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다.

그도 그럴 것이 한정된 인력으로 극도의 효율성을 내야 하는 수련병원의 인력 구조상 이 20시간을 누구에게 배분해야 하는가는 해법이 마땅치 않은 난제중의 하나다.

한국 병원산업에 최대의 위기가 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일선 수련병원에서는 가장 큰 이슈가 교수의 당직근무가 되고 있다. 어느 병원에 가도 교수가 당직을 선다는 것이 가장 큰 뉴스가 되고 화제가 된다.

개가 사람을 물어서는 뉴스가 안되고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된다고 했던가.

전공의가 3일 연속 당직을 서는 것은 일상다반사로 아무런 뉴스가 되지 않았찌만 교수가 일주일에 한번 당직을 서는 것은 큰 뉴스가 됐다. 급작스럽게 수련병원 위기론까지 나온다.

일선 교수들은 외래와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직 부담이 생기면서 환자 안전에 큰 위기가 왔다고 입을 모은다. 진료에 큰 차질이 생겼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고 있다.

전임의들은 전임의들대로 난리통이다. 전공의도 안되고 교수도 안되니 낀 세대인 전임의들이 동네북이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전임의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고작 20시간의 근무를 배분했을 뿐인데 의사 인력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극도로 조여져 돌아가는 우리나라 수련병원의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

극심한 저수가 속에서 학생과 전공의를 가르쳐야 하는 교수는 하루에 100명이 넘는 외래 환자를 보고 여기에 더해 몇건의 수술까지 진행해야 한다.

예비 교수인 전임의 또한 마찬가지다. 진료와 수술에 치이는데다 전공의 관리와 교수 서포트까지 1인 3역을 한다. 수련을 받으러간 전공의도 24시간 중 20시간을 근무해야 한다.

그렇게 모든 의사들이 파김치가 되도록 병원을 굴려도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은 적자를 면하지 못한다. 그러니 인력 충원은 먼나라 이야기고 점점 더 타이트하게 조여들어오는 족쇄를 감당해야 한다.

그러니 전공의가 덜어낸 20시간은 누군가에게 또 하나의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20시간을 아무리 쪼개봐도 수련병원 의사들에게는 누구에게도 밀어넣을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전공의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근무시간이 80시간으로 줄었다 해도 여전히 타이트하게 짜여진 근무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전공의특별법이 근무시간 단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전제를 보자. 수련병원이라는 틀 속에서 들어오는 돈은 같고 해야할 일도 같고 인력도 같다. 하지만 특별법에 의해 물리적인 근무시간은 줄었다.

인풋, 아웃풋이 모두 고정된 채 톱니바퀴는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면 결론은 하나다. 톱니바퀴가 더 빨린 돌아야만 한다는 의미다.

결국 두명의 전공의가 하던 일을 한명이 같은 시간안에 끝내야 하고 그래도 남는다면 다른 톱니바퀴가 더 빨리 돌아줘야 한다.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고 어디에선가는 마모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마침 전공의특별법으로 교수가 당직을 서는, 사람이 개를 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는 여론을 만들고 여론은 개선의 발판이 된다.

그렇기에 이제라도 전공의특별법의 방향을 인풋의 증가로 돌려야 한다. 여론 또한 마찬가지다. 돈이 들어와야 사람이 더 들어오고 그래야 전공의가 덜어버린 20시간을 안고 갈 수 있는 틈이 생긴다. 방점은 근무시간이 아니라 인력 충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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