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도 응급환자를 100% 수용하기 힘들다. 응급실 상황이 워낙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환자 책임제는 시작부터 한계를 갖고 있다."
"기존의 전화 대신 메신저 등을 활용해 환자 전원 시스템을 효율화한다? 과연 각 대학병원 전문의 몇명이나 이 메신저의 존재를 알게 될 지 의문이다."
최근 복지부가 권역응급센터 진료 및 환자 전원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지만 의료현장에선 떨떠름한 표정이다.
지난 27일, 복지부는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열고 응급의료 제도개선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9월말 전주에서 발생한 소아환자 사망사고 재발방지 대책 일환.
그에 따르면 일단 권역 내 중증응급환자를 책임지고 치료해야하며 예외적으로 전원조치 할 때에는 진료지연을 막고자 메신저 등 다양한 방식을 적용한다.
기존 전화에만 의존했던 전원요청을 전화 혹은 메신저로 다양화한 것. 이를 통해 환자 검사 결과에 대한 영상정보를 공유하고 동시에 다기관에 전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환자전원시 불명확한 의사소통 방식을 개선, 환자를 전원받을 의료기관에선 사전에 진료를 준비할 수 있고 환자는 불필요한 검사를 줄여 진료시간을 절감할 것이라고 봤다.
이상적인 개선안으로 보이지만, 응급의료 현장의 의료진들은 과연 정부의 개선안이 고질적인 권역응급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먼저 권역 내 중증응급환자를 책임지고 치료해야 하는 '환자 책임제'를 두고 "한편으로는 당연한 얘기지만 강제화하긴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예측 불가능한 응급상황 사례가 다양한데 일부 예외사례를 정해두고 모든 환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식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간혹 CPR(심폐소생술)환자가 세명 이상 들어오는 긴박한 상황이 발생한다. 서울대병원조차 의료진은 물론 수술실, 중환자실 등 인프라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는데 환자책임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번에 획기적으로 바뀐 전원 지원 정보시스템 개선안에 대해서도 기대감 보다는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더 높다.
메신저를 활용한 콜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전국의 모든 의료진이 메신저를 사용해야 한다. 응급실에 당직을 서는 일부 응급의학과 전문의만 메신저를 깔아서는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A대학병원 응급실 레지던트가 메신저를 통해 B대학병원에 전원요청을 한다고 치자. 정형외과 환자일수도 있고 신경외과 환자일수도 있다. 결국 전문과목을 불문하고 모든 의료진이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어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병원 한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과연 각과 전문의 몇명이 메신저를 사용하려고 할 지 의문"이라면서 "일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제외한 상당수가 메신저의 존재조차 모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신저를 통해 받을 수 있는 환자 정보의 신뢰도 또한 의문"이라면서 "무엇보다 응급의학과 이외 타과 전문의 메신저 사용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이번에도 과거 응당법(응급실 당직법)이 되지 않으란 법이 없다. 사고만 터지만 땜질하는 식의 정책에 그치는 수준"이라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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