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삼성서울병원 영업정지 처분|
메르스의 악몽이 끝나지 않은 것일까. 복지부로부터 15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삼성서울병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행정처분을 따를 수도, 따르지 않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더욱이 복지부가 이렇다할 지침을 내려보내지 않으면서 더욱 혼돈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삼성서울병원 보직자는 31일 "수차례 회의와 논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솔직히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어떠한 결정을 내려도 후폭풍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아직 방향성이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여론몰이를 통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라며 "이러한 상황에 무얼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확산의 책임을 물어 삼성서울병원에 15일간의 영업정지 사전 처분을 내리고 의견을 받은 상태다.
이를 놓고서 삼성서울병원 내부에서는 당혹감과 배신감, 상실감이 혼재하고 있는 상황. 또한 대처방안을 놓고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서울병원의 모 임상 교수는 "솔직히 우리 병원이 아니었으면 메르스를 진단하지도 못한 채 마치 괴질처럼 여러 병원에서 무차별적으로 환자들이 죽어나갔을 지도 모를 노릇"이라며 "처음으로 메르스를 진단하고 처음으로 대응법을 마련한 것이 삼성서울병원"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더욱이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확산 방지에 노력했는데 행정처분을 내리면 다음부터 어느 병원이 이처럼 용기있는 선택을 하겠느냐"며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한 민간병원에 국가가 다하지 못한 책임을 돌리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는 이러한 배신감이 중론을 이루고 있다. 두려움을 이겨가며 용기있게 맞선 결과가 행정처분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상실감도 크다.
특히 복지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두고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큰 배신감을 호소하고 있다. 복지부가 요청한 것을 이행했을 뿐인데 왜 비판을 들어야하는 일이냐는 항변이다.
또 다른 보직자는 "복지부에서 사전 행정처분을 내리고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의견서를 내라고 해서 냈을 뿐인데 이를 두고 비판하면 우리더러 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삼성서울병원이 마치 행정처분에 불복하고 소송을 준비하며 복지부에 대항을 준비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이 보직자는 "마치 삼성서울병원이 행정처분에 반발하며 일부러 방대한 의견서를 낸것 처럼 호도되고 있는데 의견서는 메르스에 맞서 삼성서울병원이 얼마나 전향적으로 대응했는지를 기술한 것"이라며 "불복의 의미가 아니라 탄원서에 가깝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행정소송을 준비중이라는 보도도 여러차례 있었는데 사실과 다른 얘기"라며 "잘못된 사실에 살이 붙으며 호도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삼성서울병원은 사실상 복지부를 바라보며 대응책을 고심중인 분위기다. 계획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라는 판단에서다.
행정처분을 수용한다면 의료진의 사기와 병원의 명예가 떨어질 것이 뻔하고 이에 불복한다면 국민 정서상 비판 여론이 들끓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보직자는 "우리 병원이 15일간 문을 닫는다면 이를 수용할 병원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렇다고 우리가 과징금을 내겠다고 하면 삼성이 돈으로 메웠다는 비판이 일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는 "이러한 고민 이전에 행정처분을 수용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고 메르스와 맞서 싸우며 희생한 의료진들의 사기와 병원의 명예를 땅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제발 복지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믿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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