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를 이야기한다면 선뜻 말하기 어렵지만 수술 자체는 재미있다.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다시 태어나도 뇌 수술을 하고 싶다."
종종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는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이정교 교수(65)가 내린 답이다.
12일 건국대병원 국제회의실에서 만난 이정교 교수는 '뇌' 보다 '척추'에 집중하는 현실에서도 다시 태어나면 의사, 그중에서도 신경외과, 또 그중에서도 뇌기능 수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정교 교수
그는 지난 8월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곧바로 건국대병원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 교수는 "미국을 보면 외과의사는 은퇴가 없다. 80세가 넘은 대가도 많다"며 "다시 대학병원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찬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퇴임할 때까지도 일을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막상 손을 놓는다는 것도 이상했다"며 "아직 정신도 맑고 건강하니 더 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뇌심부 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DBS) 권위자인 그는 앞으로 건국대병원에서 파킨슨병과 근긴장이상운동질환 치료를 중심으로 하며 뇌전증, 삼차신경통, 이명 등도 함께 진료한다.
뇌심부 자극술은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뇌 특정 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해 뇌 기능을 조절하는 수술이다. 파킨슨병, 근긴장이상증, 만성통증, 강박증, 뇌전증 환자에게 시행한다.
이 교수는 "뇌심부 자극술은 파킨슨병에서 눈에 띌만한 효과를 보이는데, 파킨슨병 유병률은 65세 이상 노인에서 1~2% 수준"이라며 "초고령화 시대로 가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파킨슨병 환자, 뇌심부 자극술을 받아야 할 환자 수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인친화 병원을 표방하는 건국대병원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그는 "파킨슨병은 약물 치료를 많이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성, 부작용이 생긴다"며 "그 때가 수술을 해야 할 적기다. 수술 하면 약 복용량이 줄고 운동신경도 좋아진다"고 덧붙였다.
또 "1990년대 말 세계 첫번째 논문이 나왔고 2000년에 널리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도 도입됐다"며 "첨단기술이기 때문에 앞으로 연구분야도 무궁무진하다. 기존에 알려진 적응증 외에도 통증, 정신질환 등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다른 병원의 관심밖에 있는 '신경과학(neuro science)' 분야에 선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건국대병원에서는 뇌심부 자극술 자체를 하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 관련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선 인프라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소위 빅 5 중심이고 대형병원들은 암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초고령 사회에서 파킨슨, 치매 환자가 늘어나고 새 정부도 치매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신경과학 분야는 승부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에서는 '은퇴'를 권하는 나이가 됐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고 비타민을 챙겨 먹으며 건강을 유지해 수술만큼은 계속하고 싶다는 이정교 교수.
그는 "수가 책정을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젊은 의사의 진로 선택을 바꾸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며 "돈을 생각하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하고 싶었던 것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정책이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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