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피플+ 삼성서울병원 국제진료 코디네이터 코발료바 마리아 씨 "고국 환자 건강히 돌아갈 때 보람"
바야흐로 의료한류다. 연간 수만명에 달하는 해외 환자들이 한국의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받고자 인천국제공항에 오르내린다.
그만큼 우리나라 병의원들도 기대감이 크다. 해외환자가 한국 의료기관에서 쓰고 가는 돈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여기에 기인한다.
하지만 무작정 해외환자를 유치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문화적 차이가 빚어내는 괴리감이다. 국가와 언어가 다르며 의료제도 또한 제각각이니 그 차이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바로 해외환자 코디네이터다. 한국 의료진과 해외 환자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며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마법을 만들어 낸다.
해외환자 유치가 막 싹을 피울 무렵, 코디네이터라는 단어조차 생소할 시절에 한국을 찾아 의료한류 전도사가 된 인물이 있다. 바로 삼성서울병원 국제진료센터 코디네이터인 코발료바 마리아씨다.
그는 2008년 한국을 찾아 번역사로 시작해 통역사, 해외환자 코디네이터를 거치며 지금은 삼성서울병원에 안착해 러시아 환자들과 삼성서울병원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만나봤다. 어느덧 국제진료 코디네이터 중에도 고참에 속하는 그가 생각하는 국제진료의 현실은 무엇일까. 지금부터 풀어본다.
사실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에요
국제진료센터 코디네이터는 외국인 환자의 모든 것을 책임진다고 봐야 해요. 가장 먼저 번역과 통역 어부는 기본이죠. 우선 해외 환자에게 진료의뢰가 오면 내용을 번역하고 정리해 담당 의료진을 지정해 환자를 의뢰하죠.
이후 의료진이 소견서를 적어주면 이를 다시 환자에게 전달해요. 이후에 입원 일정 등 진료 스케줄과 비용 등 제반 일정을 담당 부서에 확인해서 환자에게 안내하고 환자가 방문을 결정하면 구체적으로 진료 일정을 확정하죠. 아, 환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공항 픽업과 숙소 예약 등도 진행해요.
진료를 받을때 통역은 당연하고요. 진료 이후 팔로업도 저희 담당이죠. 요즘 경력이 쌓인 코디네이터들은 마케팅 업무를 동반하기도 해요. 저같은 경우 러시아로 마케팅을 나갈 때 함께 가서 환자를 유치하는 거죠. 사실상 해외 환자와 관련된 모든 일에는 코디네이터가 함께한다고 생각하면 될 듯 해요.
이 많은 일들을 진행하려면 병원 상황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겠어요
맞아요. 어느 환자가 올 지 모르니까요. 모든 진료과의 질환과 담당 의료진을 알고 있어야 하고 입퇴원 수속, 병원비 수납, 병원의 동선, 진료 의뢰와 되의뢰 과정, 심지어 교통편까지 전부 알고 있어야 하죠.
거기다 삼성서울병원은 초대형병원이잖아요. 사실 그 많은 것들이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하지만 러시아에서 환자가 올때는 한국과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오잖아요. 의지할 사람이 저 밖에 없는거에요.
그렇기에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배워서 그들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도록 준비해야죠. 그래도 러시아에서 약대를 다녔기에 조금은 도움이 됐어요. 의료 용어들이 아예 생소하지는 않았으니까.
생각만해도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데요. 어떻게 이 길로 접어들게 됐나요?
사실 처음 의료기관에 발을 들인 것은 단순한 일반 번역일이었어요. 해외에서 환자에게 의뢰가 들어오면 단순히 번역을 해서 담당 간호사에게 전달하는 일이었죠. 하지만 병원 시스템에 대해 알게되고 한국의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느끼게 되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통역도 맞게 되고 코디네이터로 자리잡게 된거죠.
입사할때까지만 해도 해외환자가 많이 않았기에 사실 코디네이터라는 것이 따로 필요하진 않았어요. 폭발적으로 해외 환자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급증한거죠. 자격증 과정도 만들어지고. 지금은 이 일에 너무 만족해요. 우리나라 국민들인 러시아 환자들이 만족하고 한국을 떠날 때면 그렇게 보람될 수가 없다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리 봐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중간자적 역할이에요. 한국 의사와 한국 환자 사이에도 괴리감이 엄청난데 한국 의사와 러시아 환자간에는 얼마나 심하겠어요.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데. 거기다 의료시스템도 완전히 달라요.
가령 러시아는 비영리병원은 모두 무료에요. 일부 영리병원만 비용을 받죠. 그렇기에 검사 하나, 진료 하나마다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요.
진료과도 그래요. 러시아는 소아과 하나만 있어요. 하지만 한국에 오면 소아과 안에서도 세부 전공의 수없이 갈리잖아요. 러시아 환자들은 이해를 못해요. 아까도 소아과 의사를 만났는데 왜 또 소아과 의사를 만나냐 뭐 그런식이죠.
협진은 더더욱 익숙하지 않고요. 의사 결정도 마찬가지에요. 러시아에서는 의사가 통보를 하는 방식이에요. '수술합니다'하고.
하지만 한국은 좀 달라요. 환자에게 선택권을 주죠. 그걸 러시아 환자들은 잘 이해하지 못해요. 의사가 왜 자기한테 수술을 받을 것인지 물어보냐는 질문이 엄청 많아요. 이러한 문화적 차이들을 어떻게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풀어내는가 하는 것이 제 영역이고 코디네이터의 능력이죠.
그만큼 보람도 있겠어요. 특히나 이 업무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를 들어 얼마전 러시아에서 온 소아암환자가 있었어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진행했는데 다시 재발됐죠. 그리고 위기를 넘겼는데 또 재발했어요. 우리 병원 교수님이 0%라 확률이라고 단정했어요. 더이상은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그 아이가 너무 불쌍한거에요. 교수님에게 울고 불고 하면서 몇날 몇일을 매달렸어요. 결국 교수님이 두손 두발 들고 치료를 진행했는데 기적적으로 아이가 살아난거에요. 얼마나 감동적이고 눈물이 나던지요. 저도 러시아인인데 러시아인들을 보면 얼마나 유대감이 있겠어요. 그럴때 보람이 느껴져요.
내가 노력해서 우리 동포들이 병을 치료하고 고국으로 돌아갔을때 내가 일하는 곳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지고 내 일에 대한 보람도 느껴지고 그렇죠. 내가 일하는 삼성서울병원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누구에게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는 것도 자부심이 있고.
최근 의료한류를 타고 코디네이터가 인기 직종으로 불리고 있어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첫째도 공부 둘째도 공부에요. 사실 대학병원 나아가 대형병원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조직이에요. 더욱이 코디네이터는 의사와 일을 하는 직업이거든요. 의사만큼은 아니래도 상당한 의학적 이해가 필요해요. 환자에게 어떤 검사와 수술이 필요한 지 정도는 이미 머리 속에 넣고 있어야 하니까요.
의학 용여 자체도 엄청 어렵잖아요. 의사가 설명하는 그 용어들을 환자에게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 의학지식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하고요.
결국 공부밖에는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번역사, 통역사에 머무르게 되는 거죠.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도 꼭 필요해요. 사실 코디네이터 업무는 밤낮이 없거든요. 국가마다 시차도 있고 개인적인 부탁과 전화도 엄청 많아요.
이를 다 품으려면 결국 환자를 사랑해야 해요. 정말 내 가족이다 생각하면 못해줄 것도 없거든요. 국제진료 코디네이터는 정말 보람있는 직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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