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의 공판이 진행되면서 유전자 지문의 일치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외부 전문의 간에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과연 유전자 지문이 일치하는지에 따라 판결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 13부(부장판사 안성준)는 16일 306호 중법정에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당시 검체를 통해 신생아 유전자 지문을 검사한 질병관리본부 연구원이 증인으로 나서 검사 결과에 대한 신빙성에 대한 추가적인 심문을 이어갔다.
이날 공판의 주요 쟁점은 과연 질병관리본부가 검사한 유전자 지문 검사법이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질본은 유전자 검사 결과 검체에서 시트로박터균을 포함한 지문이 상당 부분 일치하다는 점에서 신생아들이 동일한 균에 의해서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놨기 때문.
하지만 고려대 의과대학 황적준 교수는 시트로박터균의 유전자 지문이 상이하며 오염원의 감염 경로도 다르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이에 대한 진위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나선 질본 연구원은 유전자 지문을 추출한 PFGE에서 오류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PFGE는 전 세계 82개국이 가입한 펄스넷(PULSENET)에서 표준으로 인정하고 있는 유전자 검사법"이라며 "또한 미국 CDC(질병예방통제센터)도 공인한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검사로 사실상 유전자 지문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표준 검사법으로 표준 마커를 가지고 검사한 이상 충분한 신뢰도가 있다"며 "분석 결과 유전자 지문이 97% 일치한다고 도출됐으며 이는 거의 쌍둥이에서나 나올 만큼 유사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원은 환아에게서 발견된 균도 상당히 고도의 항생제 내성균이었다고 했다. 특히 자신과 질본의 연구 결과가 신뢰도를 의심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나타냈다.
이미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네트워크에 해당 검체 결과를 확인한 결과 모두가 같은 의견을 냈는데도 신뢰도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우리나라 특히 질본의 검사는 펄스넷에서도 상당한 위치에 있다"며 "생각치도 못한 논란이 있어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펄스넷 창시자인 미국 책임자에게 해당 검체와 검사 결과를 보냈고 이 사안은 굳이 프로그램을 돌릴 필요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아시아 권역의 검사자들에게도 보낸 결과 같은 장소의 같은 균에 오염됐을 때만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답이 왔다"고 말했다.
유전자 지문이 다르며 이로 인해 같은 오염 경로로 시트로박터 균이 감염됐다고 본다는 황석준 교수의 의견을 완전히 뒤집는 증언이 나온 셈이다.
이에 대해 검사와 변호인, 판사들도 모두 이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심문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왜 황 교수가 그러한 진술을 했느냐는 질문이다.
연구원은 "아마도 PFGE 검사 결과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검사표가 축소됐고 작은 사진을 보다보니 생긴 오해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황 교수도 원본을 본다면 절대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한 "표준마커 표지자가 없어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도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표준마커는 당연히 들어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힘들다는 점에서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결국 PFGE는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과학적 검사법으로 누가 이 검체를 가지고 검사를 진행했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고 마커 또한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검증한 것인 만큼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연구원의 주장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날 질본 연구원외에도 이러한 상반된 진술에 대한 부가적 증언을 위해 황석준 교수에게도 출석을 요구했지만 황 교수는 재판이 끝날때까지 결국 나오지 않았다.
변호인들은 검사의 신뢰도를 계속해서 문제삼았다. 증거로 제출된 검사지의 순서가 뒤죽박죽이며 이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아울러 질본이 연구 목적으로 조사한 유전자 전장검사를 왜 공개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유전자 전장검사가 차세대 검사법이기는 하지만 아직 표준마커를 포함해 신뢰도를 확정할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검사 결과에 대해 질본도 공개하고 싶을 만큼의 결과가 나왔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는 이유"라고 전했다.
하지만 증거로 제출된 검사지에 대한 신뢰 문제는 계속해서 나왔고 유전자 전장검사에 대한 의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재판부는 이에 대한 모든 자료를 신속히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우선 출력된 자료를 두고 쟁점이 있는 만큼 PFGE 검사 결과를 원본 CD로 제출해 달라"며 "다음 공판에서는 이 자료를 검찰, 변호인과 공유한 뒤 다시 심문을 이어가겠다"고 주문했다.
이어 "아울러 유전자 전장 검사 결과도 쟁점이 되고 있는 만큼 2~3주 안에 질본을 통해 재판부로 이를 전달해 달라"며 "아울러 이 상태라면 2월 안에 판결이 쉽지 않은 만큼 꼭 증명해야 할 사안들만 남기고 빠르게 심리를 정리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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