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산부인과로 이름을 날리던 제일병원이 법정 관리에 빠지면서 환자들의 엑소더스 행방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상 수개월 동안 병원 기능이 마비되면서 어쩔 수 없이 환자들의 전원이 이어졌기 때문. 이로 인해 세브란스병원과 차병원, 순천향대병원 등이 반사 이익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제일병원 관계자는 27일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환자들을 전원하기 시작했고 이미 지난해 말 대부분의 환자들이 전원 조치를 마친 상태"라며 "환자들의 의향을 최대한 존중하되 교수별로 네트워크를 통해 전원 조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무래도 같은 여성병원인 차병원으로 이동이 많았고 인근 대학병원 등으로도 많은 환자들이 전원했다"며 "교수들을 따라 이동하는 환자들도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제일병원 환자들은 질환군에 따라 인근 대학병원과 여성병원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외래 환자수만 3000명에 이를 만큼 사실상의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이었다는 점에서 그 인원도 상당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선 유방암, 자궁암 등 여성 질환 환자들은 대거 세브란스병원으로 전원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이 중증 질환인데다 지리적으로도 세브란스병원이 가장 유리한 이유다.
연세암병원 보직자는 "지난해 말부터 환자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유방암 등 여성 질환 환자들이 늘었다는 점에서 제일병원 환자가 유입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상 교수들도 제일병원 환자들의 전원이 늘었다는 보고가 많았다"며 "중증도를 구분해 최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난임이나 불임, 습관성 유산 등 임신, 출산과 관련한 환자들은 차병원으로 상당 부분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실상 국내에서 여성 특화 병원으로 쌍벽을 이루고 있는 곳이 제일병원과 차병원인 만큼 제일병원을 제외하면 선택지가 많지 않은 이유다.
특히 마찬가지로 제일병원에서 난임 등을 주도하던 교수들이 대거 차병원으로 이동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교수를 따라 환자들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일병원 난임센터장인 박찬우 교수와 전 난임센터장인 송인옥 교수 등 난임 센터 주력 교수들의 대부분이 차병원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차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전 제일병원 교수는 "전원을 준비하며 보면 절반 이상이 교수들을 따라 이동한 것 같고 나머지 중에서는 알아서 차병원으로 이동하거나 마리아 등 일부 난임 특화 의료기관으로 빠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난임 등의 경우 히스토리가 중요하고 응급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꼼꼼히 비교하고 선택한 교수를 따라가는 경향이 나타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외 출산 관련 산모들과 소아과 등의 환자들은 상당 부분이 순천향대병원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들의 네트워크에 더해 병원 차원에서도 이곳으로의 전원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일병원이 다시 정상화를 목표로 순차적 가동에 들어가면서 이렇게 병원을 떠난 환자들이 다시 돌아올지 여부도 관심사다.
신규 환자를 모으는 것보다는 제일병원을 내원하던 환자들의 발길을 다시 돌리는 것이 보다 수월할 수 있는 이유다.
제일병원 보직자를 지내고 지난해 자리를 옮긴 A교수는 "제일병원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가 충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라며 "병원이 무너져 가는 상황이 보이는데도 마지막까지 환자들이 버틴 것이 이를 증명하는 사례"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병원이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 모 컨설팅 회사의 조사 결과에서도 환자들의 충성도와 신뢰도가 90%대로 나왔다고 들었다"며 "빠르게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상당 부분 빠져나간 환자들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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