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9년 전 '이 약'은 안전성 때문에 가시밭길을 걸었다. 종양 유발 가능성이나 체중 감소 효과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FDA 승인이 거절되면서 개발업체의 주가가 급락했다.
아이러니하지만 반전의 기틀은 안전성에서 찾았다. 대규모 임상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히트했다. 이 약의 이름은 무엇일까. 바로 안전성을 키 메세지로 내세운 비만치료제 벨빅이다.
26일 국회에선 이례적으로 단일 의약품을 두고 토론회가 개최됐다. 세포주 변경 이슈로 시끄러운 인보사가 도마에 올랐다.
현장에서는 인보사를 두고 '사기'라든지, "로비 정황이 의심된다"든지 하는 날선 비판이 주를 이뤘다. 연골유래세포 대신 293 세포가 들어간 것을 두고 의도적이라는 눈초리는 예사, 아예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 걸친 정부 R&D 지원책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세포주 변경 부분에 대해선 코오롱생명과학 측에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허가 승인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마찬가지. 안타까운 건 현재의 논란이 향후 재발 방지책 수립보다는 책임자 색출 내지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주홍글씨 새기기에 집중되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는 점이다.
다시 앞으로 가보자. 2010년 비만치료제 시장은 안전성 이슈로 시끄러운 해였다. 세계 1위 품목 리덕틸이 심혈관 부작용 이슈로 퇴출됐고 그 틈을 벨빅이 노렸지만 FDA에 발목을 잡혔다.
절치부심한 벨빅은 1만 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임상으로 심혈관계 부작용 및 장기 처방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했다. 수 년간 국내 비만치료제 1위를 석권한 약물은 그렇게 탄생했다. 지금의 벨빅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FDA 승인 거절 이력에 고개를 갸우뚱 거릴지도 모른다.
비만치료제 콘트라브 역시 장기 복용에 따른 심혈관계 부작용 가능성으로 FDA 승인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지만 현재 위상은 그때와 다르다. 2018년부터 국내에서 다수의 비만약이 향정신약으로 분류돼 관리를 받지만 콘트라브만은 예외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16년 미국 히트바이오로직스도 방광암 세포주를 투여해 암을 치료하겠다는 HS410 임상 도중 췌장암 세포 사용 사실이 밝혀지면서 임상이 중단된 바 있다. 세포 기원에 착오가 있었다는 점에서 히트바이오로직스와 코오롱생명과학은 공통점이 있다. 히트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적극적인 소명으로 일주일 만에 임상이 재개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한 업체다. 유전자치료제 승인 가이드라인도 없던 시절 코오롱생명과학의 행보가 곧 '선례'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모 교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세포주를 속여서 얻을 실익이 없다"며 실수 쪽에 무게를 실어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약물의 역사는 확인의 역사다. 개발 이후에도 심각한 부작용으로 퇴출되거나 그저 그런 약이 적응증 확대로 블록버스터로 등극하기도 한다. 임상을 통해 미심쩍은 약이 안전한 약으로 탈바꿈 하는 사례도 여럿 경험했다.
그런 까닭에 실수였다면 아직 기회가 있다. 결국 문제는 불확실성을 어떻게 불식시킬지 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선택에 달렸다. "안전합니다"와 같은 구호만으로는, 단언컨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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