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고혈압 치료 전문가이자 인기 메디에듀테이너인 가톨릭의대 노태호 교수(이전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가 교수직을 과감히 정리하고 개인병원 원장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 화제다.
병원명은 그의 이름을 딴 '노태호바오로내과'. 주 종목은 심장질환(내과)이다. 병원 위치는 이전 대학병원 바로 맞은편. 환자도 노 원장도 항상 출근하듯 걸어오면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30년 교수 생활을 접고 초보 개원의 원장으로서 꿈꾸는 그림은 무엇일까? 그를 만나봤다.
사실 그는 개원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막연하게 그리던 말년의 의사생활은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정년을 하는 것이었다. 또 기회가 된다면 그간의 이력을 발판삼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들어가 전문성을 발휘해보는 것이다.
이런 상상은 실제로 현실이 될 수 있었다. 노 원장은 은평성모병원 심장병원 전원근무 대상이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상근심사위원으로써 러브콜도 받았다. 이밖에도 중소형 병원들의 병원장으로 와달라는 요청도 많았지만 모두 정중하게 거절했다.
막상 일할 것을 생각해보니 그가 꿈꾸던 의사로서의 역할이 아니었던 것이다.
은평성모병원으로 가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었지만 1년 후 퇴임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원로랍시고 뒷짐지고 있는 것도 싫었고, 배려받는 것도 싫었다.
심평원 상근심사위원은 매력적인 자리였지만 환자를 보지 못한다는게 걸렸다. 그외 영업과 정치를 해야하는 병원장 역할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나 다름없었다.
노태호 원장은 "서울성모병원에서 대외협력실장을 수년간 경험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의사)을 만나면서 모든 역할과 업무가 쉽지 않다는 것을 그때 느꼈다"며 "개원하기까지 정말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초심을 생각하니 환자옆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개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내 병원 이미지 친근한 의사"
생각에도 없던 개원을 덜컥 하게되면서 경영자로서 고난의 역경도 시작됐다. 가장 어려웠던건 병원자리를 알아보는 일. 평소 자신을 찾아왔던 환자를 생각하면 병원에서 멀리 떨어질 수 없었고, 그렇다고 화려하게 치장한 주변 병원들과 경쟁하기는 역부족 이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시장통내 오래된 건물에 들어오는 틈새전략을 쓴 것. 노태호바오로내과의 위치는 청량리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로, 성바오로병원과는 1분 거리다. 시장통내 위치해 정육점과 반찬가게를 정글처럼 지나야 나온다.
주변에서 "왜 이런곳에 개원하냐"는 핀잔도 들었지만 오히려 동네 의사선생님이 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한편으로는 부담도 크다. 환자층이 두터워질 것에 대비해 공부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 원장은 심장전문의로서는 최고의 명의지만 내과계 대표질환이라고 할 수 있는 당뇨병, 호흡기질환 (감기)등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복합질환을 동반한 만성질환자들이 많다는 점에서는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다. 이를 위해 내과학 교과서를 다시 펼치는 의욕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노 원장은 "당장은 바오로병원에서 보던 심장질환자를 중점적으로 보면서 점진적으로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환자로 폭을 넓혀가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앞으로 개원의사회가 추진하는 학술대회와 웨비나(온라인교육)와 같은 전문가 강의에 꾸준히 참여하겠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유튜브 동영상 앞으로도 지속
노 원장은 교수시절 명강사로 유명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베스트 강의로 통할 정도다. 덕분에 책저술과 동영상 강의도 유명세를 탔다. 그의 대표작 알기쉬운 심전도는 학생, 간호사, 개원의들에게 베스트셀러가 된지 오래다.
책내용을 다시 동영상으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는 심전도, 부정맥 강의는 유튜브 조회수 10만회를 육박한다. 노태호의 심장이야기 구독자가 6000여명에 달한다. 이밖에도 개인블로그도 운영한다. 이쯤되면 인기 연예인 못지 않다.
최근에는 흥미있는 주제로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심장의 연관성이라든지, 혈압약의 부작용, 애플워치의 부정맥 측정기능과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개원을 하더라도 이러한 강의는 계속하겠다는게 그의 철칙. 이미 그의 진료실 한켠에는 방송국을 방불케하는 장비가 쌓여있다.
노 원장은 "저술과 동영상 강의는 개인적으로 힘들었을때 마음을 정리하게 위해 시작한 것인데 이것이 인기를 끌지는 상상도 못했다. 개원을 해보니 이런 노력이 도움이 되고 있다. 위로를 받고 있다"며 "병원운영으로 시간이 없겠지만 틈틈히 시간이 날때 마다 제작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어 그는 "블로그와 그외 인터넷 정보를 찾아보고 방문하는 환자와 환자가족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초면인데도 매우 반가워 할때면 인터넷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사명감을 느끼며 전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꿈은 동네의사 아저씨
앞으로 그가 바라는 꿈은 소박한 동네의사 아저씨로 남는 것이다. 그리고 노년을 환자와 함께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다. 그랬을때 돈도 따라오면 그것은 최고의 행복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런데 이런 꿈도 실현이 가능할지 모른다. 최근 정부가 일차의료기관의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고 더불어 일선 개원의들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 잘하면 동네 주치의로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게다가 대학병원급 진료수준을 동네병원에서 편안하게 받을 수 있어 환자는 질높은 진료를, 병원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도 있다.
노 원장은 "지금까지 살면서 욕심을 부렸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임상의로서 한길을 걸어왔듯이 앞으로도 환자들과 함께 우리동네 주치의로 남는게 소박한 꿈이라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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