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요양 급여 비용 환수 처분 취소 주문 "의료법 위반으로 병원 페쇄 전까지는 적법한 의료기관"
1인 1개소법을 위반해 의사가 두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다 처벌을 받았다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진료한 급여비까지 환수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이중개설로 인해 병원 폐쇄나 허가 취소가 나기 전까지는 적법한 의료기관으로 인정해 청구 금액을 주는 것이 법리적인 균형에 맞다는 결론이다.
서울행정법원은 1일 1개소법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이중 개설한 혐의로 적발돼 형사 처벌과 함께 진료비 환수 처분을 받은 병원장이 환수의 부당함을 물어 제기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20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8년 서울시경찰청이 의료법 위반(이중개설) 혐의로 A병원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이 병원 원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는 동시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를 통보했고 공단은 같은 이유로 총 57억원의 급여비 환수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원장이 해당 병원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며 금원 거래에 있어 잠시 이중 개설처럼 보였을 뿐이며 설사 의료법 위반을 했다 하더라도 환수처분의 근거가 없다며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중개설을 부인하는 의사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의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보면 분명 의료법을 위반한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한 공단의 환수 처분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었다. 설사 이중개설된 병원이라고 하더라도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병원과 원장이 의료법을 위반한 사실은 분명하지만 이 병원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를 청구할 수 있는 주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또한 이들이 받은 요양급여가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에 의한 부당, 허위 청구도 아니다"고 못박았다.
설사 이중개설된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은 분명한데다 부당, 허위 청구가 아니라면 환수 처분을 할 근거가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은 당연지정제를 통해 형사 책임까지 지우며 의료기관에 의무를 강제하는 반면 마땅히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며 "하나의 의무를 인정하면서 권리는 부정하게 된다면 당연지정제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병원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의 수급자격이 인정된다"며 "공단은 설립의 적법성을 논하지만 실질적으로 진료를 하고 정당하게 청구한 요양급여까지 주지 않는다는 것은 의료기관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 운영했다하더라도 해당 의료기관의 개설 허가가 취소되거나 폐쇄 명령이 내려질때 까지는 진료를 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최종적인 해석인 셈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고도의 이용환 변호사는 "속칭 사무장 병원과 달리 의료인의 이중 개설은 환수 처분을 할 수 없다는 판례가 누적되고 있다"며 "법적 근거 없이 그동안 이중 개설을 이유로 환수 처분을 내려온 경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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