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의대 신경과 김동욱 교수, 강력한 조절 효과 강조 "약제 내성 환자에 효과적…오프라벨 처방도 고려해야"
3세대 항경련제인 라코사미드(lacosamide)가 기존 1, 2세대 약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만큼 단독요법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히려 현재 주로 활용되는 부가 요법(add-on)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단독요법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과감한 오프라벨 처방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건국대 의과대학 신경과 김동욱 교수는 14일 서울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대한뇌전증학회 국제학술대회(Korean epilepsy congress)에서 라코사미드 제제의 효용성을 이같이 요약했다.
라코사미드는 지난 2011년 12월에 한국UBC 제약이 출시(빔팻)한 3세대 항경련제로 기존 약물 대비 강력한 효과로 기대를 모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제대로된 적응증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부가적 대체 요법에 머무르고 있다.
나트륨 통로(NA channel)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차별화된 작용 기전으로 특화에 성공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소외돼 있던 것이 사실. 미국에서는 단독요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김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출시 후 10년간의 데이터가 쌓이면서 단독요법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뚜렷한 적응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약의 효과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라코사미드는 분명 다른 항경련제(anti-epileptic drug, AED)보다 비교 우위의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근거를 쌓으며 적응증을 확대해야 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김동욱 교수는 기존에 뇌전증에 처방하던 나트륨 통로 차단제(Sodium channel blocker, SCB)로 잘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라코사미드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김 교수팀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기존 SCB를 처방받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라코사미드로 대체 처방을 진행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총 195명의 환자 중 의미있는 데이터를 보여준 환자는 75명으로 이중 29명이 SCB에서 라코사미드로 처방을 변경한 뒤 발작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seizure free)
또한 75명 중 11명은 발작 횟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며 처방을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기존에 SCB로 효과를 보지 못했던 환자 75명 중 40명이 효과를 본 셈이다.
김 교수는 "현재 라코사미드는 SCB 처방과 병행해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에 대한 병용 효과는 미비하다는 연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아직까지 한국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적응증 연구는 없지만 SCB를 라코사미드 단독요법으로 전환할 의미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점도 존재한다. 우선 해외에서 발표되는 연구들이 라코사미드 용량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최근에 다기관 무작위(RCT) 연구에서 계속해서 심혈관 위험(CV risk)가 보고되고 있는 것도 극복해야 할 문제중의 하나다.
김동욱 교수는 "현재 해외에서 발표되고 있는 논문마다 라코사미드 용량이 200mg에서 400mg까지 다양하다는 점에서 학계 차원의 공동 연구와 합의가 필요한 한계점이 있다"며 "하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국내에서도 단독요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특히 간질지속증(Status Epilepticus, SE)환자들에게는 라코사미드가 그 어떤 약제보다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대상이 되는 환자들에게는 오프라벨 처방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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