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의대 연구팀, 체계적 문헌고찰 통해 "한방난임 근거 없다" 한의계, 12년 걸친 코호트 연구 소개하며 "안전하다" 반박
한약이 난임에 도움이 될까. 더불어 임산부가 한약을 먹어도 괜찮을까. 의료계와 한의계가 과학의 근거로 활용되는 논문을 앞세우며 서로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는 한방난임치료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문헌고찰 논문을 발표했고, 한의계는 한약을 복용한 임신한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건강을 주제로 한 최신 논문을 내밀었다.
을지의대 예방의학교실 임지선 교수팀은 최근 대한의사협회지(JKMA) 최신호에 한방난임시술의 효과성 및 난임 환자 자연임신율 평가를 위한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결과를 실었다.
연구진은 한방난임치료 효과와 안전성 평가를 위해 국내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한방, 난임, 임신 등의 단어를 키워드로 검색했더니 574건의 연구가 나왔다. 이 중 연구 제목과 초록을 검토했더니 한방난치료와 관련 없는 연구가 565건에 달했다.
남은 9건의 연구 논문 중 원저가 아니거나 비교군이 없고, 임신율을 결과로 하지 않는 연구 6건을 다시 제외하고 3건의 문헌을 최종 평가했다.
세 건은 모두 국외 RCT 연구였고 중국과 이란에서 이뤄진 연구로 2006년, 2017년에 발표된 논문이었다. 한 연구는 침술과 클로미펜 투여의 조합이었고 두 연구는 시험관아기 시술 및 체외수정 시술 과정 중 시행된 침술이었다.
시험관아기 시술 및 체외수정시술 과정 중 침술 효과를 평가하는 두 개 연구 중 한 연구에서만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효과가 있었다. 의학적 치료와 관계없이 시행한 한 개의 RCT 연구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치료 부작용은 한 편의 연구만 보고했는데 설사와 좌상만 침술군이 거짓 침술군보다 높게 나타났고 설사와 좌상은 경미한 수준이라서 난임 환자에 대한 침술 치료는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 한방난임치료는 효과가 임증되지 않았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었다.
연구진은 "한방난임치료비 지원 사업 참여자의 임신율은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난임환자의 자연임신율 보다 높지 않다"며 "지자체 예산을 투입해 과학적 근거가 전무한 치료를 지역 난임환자에게 시행하고 있는 한방난임치료비 지원 사업의 지속 여부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계, 일본 연구진 12년에 걸친 코호트 연구로 반박
반면 한의계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영국과 일본, 국내 연구진의 연구를 통해 난임 환자에 한약 치료는 안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꽃마을한방병원 조준영 원장은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의약 정책 포럼에서 관련 논문을 근거로 제시하며 임산부에 한약이 안전하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중국약전을 보면 2000개 정도의 한약재 중 51개 정도를 임신 중 금기약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임신 중 사용하는 한약재 안전성은 수천년 동안 임상을 통해 입증돼 왔고 한의사도 큰 우려를 하지 않고 사용해오던 상황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요즘 난임클리닉에서 인공수정을 병행하면서 한의원을 찾는 환자가 많은데 의사 대부분이 한약 복용을 금지하고 있다"며 "부작용이 생기면 한약을 먹었냐고 되묻는 등 한약을 금기시하는 상황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조 원장에 따르면 한의원을 찾는 난임 환자는 보통 절박유산, 반복유산 환자이거나 시험관아기시술과 한약 복용을 병행하고자 하는 환자들이다.
조 원장은 "절박유산 및 반복유산 환자들이 임신 전부터 한약을 복용하는 것에 대해 체계적 문헌고찰을 한 적이 있는데 절반 이상의 연구들에서 이상반응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한약을 병행 투여하더라도 이상반응을 높이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들의 맹점은 임신을 유지시켜주는 한약을 썼을 때 태어난 아이들의 상태가 기술된 문헌이 없어 정확한 판단이 어려웠다"라며 "구체적으로 얼마를 투약했는지에 대한 보고도 없었다"고 관련 논문들의 허점을 지적했다.
조 원장은 지난 2월 국제산부인과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Gynaecology and Obstetrics)에 실린 임신 초기 입덧이 있을 때 한약 사용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연구한 일본 연구진의 논문(doi.org/10.1002/ijgo.12781)을 소개했다.
연구진은 일본 의학데이터센터 자료를 활용해 2005~2016년 입덧 때문에 한약을 복용한 1929명, 다른 약을 복용한 254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기형아 발생률이 4%대로 큰 차이가 없었고, 저체중아 출산율, 조산율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조 원장은 "오히려 임신 초기 입덧 때문에 한약을 복용했던 임산부의 입원일수가 더 적었고 산모와 태아 안전성도 문제없었다"며 "12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2000여명이 출생아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논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생의료연구원에도 우리나라 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해 코호트 연구를 했는데 임신 중 침을 맞은 임신부의 사산율과 조산율은 침을 맞지 않은 임신부와 차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임신 중 한약을 복용한 여성의 데이터, 한약투여 또는 한약과 보조생식술을 병행한 뒤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관리해 한약 안전성에 대한 논란과 공격에 대해 충분히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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